반려묘 '냥이'가 먹은 사료에 멸종위기 상어 살이 섞여 있었다

입력 2022-03-04 16:44
반려묘 '냥이'가 먹은 사료에 멸종위기 상어 살이 섞여 있었다

싱가포르 시판 사료 31% 상어 DNA 포함…취약종 2,3위로 많아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아침에 반려묘 '냥이'가 먹은 사료에 멸종위기 종 상어 고기가 섞여 있었던 것은 아닐까?

사료 성분 표시에 '생선'(fish) 등으로 모호하게 적혀있다면 한 번쯤 의심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싱가포르의 '예일-NUS대학' 연구진은 싱가포르 내에서 시판되는 반려동물 사료에 대한 DNA 바코드 검사 결과, 국제자연보호연맹(IUCN) 적색목록에 '취약종'으로 올라있는 '미흑점상어'(Carcharhinus falciformis)와 '백기흉상어'(Triaenodon obesus)가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학술지 '해양과학 프런티어스'(Frontiers in Marine Science)에 발표했다.

프런티어스에 따르면 연구진은 싱가포르에서 판매 중인 16개 상표의 반려동물 사료 45개에서 시료 144개를 채취해 상어 DNA가 포함돼 있는지를 분석했다.

지난 2019년 미국에서 이뤄진 반려동물 사료 조사에서 상어 고기가 포함된 것으로 밝혀져 아시아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인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다.

DNA 바코드 분석 결과, 시료 31%에서 상어 유전자가 나왔다.

가장 많은 종이 '청새리상어'(Frontiers in Marine Science) 였으며, IUCN 취약종인 미흑점상어와 백기흉상어가 그 뒤를 이었다. 미흑점상어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부속서Ⅱ에도 올라있어 거래 통제가 이뤄지는 종이기도 하다.

분석대상이 된 반려동물 사료는 어떤 것도 성분 표시에 상어 고기가 포함돼 있다고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았으며, 생선 또는 바다 생선(ocean fish), 흰살생선(white fish) 등으로 두루뭉술하게 표시돼 있었다.

연구진은 "반려동물 보호자 중 대다수는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으며, 대다수는 자신도 모르게 상어 남획을 돕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놀랄 것"이라고 했다.

연구진은 상어가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로 건강한 해양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면서 멸종위기에 처한 상어 종의 보호를 넘어 상어 자체에 대한 남획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어는 지난 50년간 70% 이상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돼 있는데, 반려동물용 사료나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의 재료를 얻기위해 남획되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연구진은 성분 표시를 구체적으로 해 소비자들이 선택을 할 수 있게 하고 국제적인 기준을 정해 이행하는 것이 상어 남획을 피하는 방안이라면서 반려동물 사료의 성분표시에 투명성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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