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채플린이 처칠로"…미 타임, 젤렌스키에 찬사

입력 2022-03-04 10:41
수정 2022-03-04 18:53
[우크라 침공] "채플린이 처칠로"…미 타임, 젤렌스키에 찬사

타임, 특집 기사서 호평…"불굴의 용기로 역사 흐름 바꿔"

젤렌스키, 참호같은 집무건물서 회견…"대통령 아니었어도 참전"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2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호평한 기사를 표지에 실은 14∼21일자 온라인판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타임은 이날 '어떻게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수호하고 세계를 통합시켰나'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와 함께 우크라이나 국기를 표지 사진으로 실었다.

표지에 적힌 우크라이나어 문장은 지난 1일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럽의회에서 한 연설 중 "삶이 죽음을 이길 것이며, 빛이 어둠을 이길 것이다"라고 말한 내용이라고 타임은 전했다.

타임은 당시 그의 연설 장면을 "찰리 채플린이 윈스턴 처칠로 변모한 것 같았다"고 묘사했다.

코미디언 출신인 젤렌스키 대통령을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영국의 수상 윈스턴 처칠과 견준 것이다.

타임은 친지·측근을 인터뷰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코미디언 출신인 만큼 감정적으로 예민한 데다 꾸준히 관심과 박수를 갈구하는 배우 기질이 있어 온라인상 비판적 의견에도 쉽게 낙담하는 면모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난달 24일 러시아군의 공격이 시작되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런 유약한 성격을 뒤로 하고 '용기 있는' 지도자로서 면모를 보여주기 시작했다고 타임은 호평했다.

타임은 "그는 대부분 서방 정치인이 잊고 살던 투쟁을 구현해냈다"면서 "일주일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세계의 민주주의 국가들을 움직이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했다.

특히 러시아의 진군에도 도망가지 않고 수도를 지킨 그의 행동에 "역사의 흐름을 바꾼 용기 있는 행동"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이런 행동을 통해 미국과 서방의 제재를 끌어내고 독일·스위스 등 중립적 태도를 보이던 국가의 마음까지 돌려내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 잡지는 지난달 28일부터 수도 키이우(키예프) 인근 약 30㎞ 부근까지 64㎞에 이르는 러시아군 행렬이 접근했다는 소식을 접했지만 우크라이나 지도부는 전혀 낙담하지 않았다는 안드리이 예르마크 대통령 비서실장의 발언도 전했다.

예르마크 실장은 "모두가 상황이 위태롭다는 사실을 안다"면서 "자유란 곧 조국 그 자체다. 그 사실을 알기에 우리는 역량에 부치더라도 죽을힘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지도부와 우크라이나인이 '불굴의 용기'를 보여주는 본보기가 됐다며 이런 용기는 꾸며낼 수도 없고 긴급한 순간이 닥칠 때나 겨우 발현되는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서 이런 용기가 발현된 순간은 침공 다음 날인 지난달 25일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그는 그날 측근들과 함께 수도 거리를 걷는 영상을 올리며 "모두가 이곳에 있다"는 메시지를 내보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3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기자들을 집무실로 쓰는 건물로 불러 회견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정부 청사에서 해당 건물로 향하는 복도 창턱엔 총알을 막기 위한 모래주머니가 쌓여 있고 시가전에 대비해 집무실 안에서도 밖으로 총을 쏠 수 있는 사격 진지도 설치됐다.

회견이 진행된 회의실도 마치 참호처럼 창문이 모두 하얀 모래주머니로 덮였고 병사들이 무장 경비하고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군용 티셔츠를 입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하루 3시간 정도만 잠잔다고 밝혔다.

'전쟁 중 죽는 게 두렵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나도 다른 이들과 같다. 자기 목숨이나 자녀의 목숨을 잃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무언가 잘못된 사람"이라면서도 "대통령으로서는 그런 일을 두려워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직을 맡지 않았다면, 다른 국민처럼 총을 들고 군에 합류했을 것이라면서 어떤 경우에도 위험에 처하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진행 중인 외교 협상과 관련, 일부 지점에서는 타협할 준비가 됐지만 우크라이나의 주권이 위협받는 조건은 받아들이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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