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바나 증후군'으로 중단한 쿠바 내 비자업무 일부 재개
2017년 감축한 쿠바 대사관 영사 인력도 일부 충원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미국이 쿠바 주재 대사관의 비자 업무를 일부 재개하기로 했다.
지난 2017년 쿠바 주재 미국 외교관들에게 나타난 괴질환, 이른바 '아바나 증후군'을 이유로 업무가 중단된지 4년여 만이다.
티모시 주니가브라운 쿠바 주재 미국 대사대리는 3일(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고 로이터·AFP·AP통신이 보도했다.
주니가브라운 대사대리는 "대사관 기능의 점진적인 확대의 일환으로 일부 이민 비자 서비스가 제한적으로 재개될 것"이라며 관련 서류가 완비된 이들을 대상으로 일단 이민 비자 업무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영사 업무 인력이 아바나로 추가로 파견된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이던 지난 2015년 7월 아바나에 대사관을 다시 열고 54년 만에 국교를 정상화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국과 쿠바 관계는 다시 경색됐고, 미국은 2017년 9월 필수인력만 남긴 채 쿠바 주재 대사관의 직원과 가족들을 대거 불러들였다.
2016년부터 쿠바 주재 외교관과 가족들이 두통과 청력 이상, 메스꺼움, 이명 등 원인 모를 이상 증상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인력 철수와 함께 쿠바 주재 대사관에서 해오던 미국 입국 비자 업무도 무기한 중단하고, 미국 내 쿠바 외교관 15명도 추방했다.
이후 아바나 외에 중국, 독일을 비롯한 유럽과 아시아 각국의 미국 외교관 등도 비슷한 증상을 호소했으나 지금까지도 아바나 증후군의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 인위적인 공격이라면 배후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쿠바 주재 대사관의 비자 업무가 중단된 이후 미국행을 원하는 쿠바인들은 남미 가이아나의 미 대사관으로 가야했는데 비용 등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은 일이었다.
쿠바의 경제난 심화와 맞물려 최근 카리브해와 중미 등을 거쳐 미국 밀입국을 시도하는 쿠바인들이 크게 늘었다.
이번 비자 업무 일부 재개를 시작으로 미국의 대(對) 쿠바 정책 변화가 본격화할지도 주목된다.
미국에 조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이후 오바마 전 정권 때처럼 다시 미·쿠바 관계에 훈풍이 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취임 1년이 넘도록 대쿠바 제재 해제를 비롯한 두드러진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28일 미국의 쿠바 외교관 증원 계획을 단독 보도하면서 "1년간 계속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쿠바 정책 재검토의 결과"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 시기의 엄격한 비자 제한을 완화하는 첫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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