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들은 사면하더니…미얀마 군부, 시민군 거점 마구 불태워
"예술 활동으로 국가건설 참여" 주장…반군부 투쟁 약화 유화책?
사가잉·친주에서는 100여채 가옥 잇따라 불타 없어져 '초토화'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쿠데타로 1년 넘게 집권 중인 미얀마 군부가 반군부 운동에 나섰던 일부 유명인사를 선별적으로 사면·석방하면서 유화책을 펼쳤다.
이와 동시에 무장 투쟁이 활발한 지역에서는 주민 가옥을 마구 불태우는 '초토화' 작전도 강화하고 있다.
3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와 미얀마 나우에 따르면 군부는 전날 모델 겸 배우인 빠잉 다곤 등 유명인사 5명을 사면해 석방했다고 관영 MRTV가 보도했다.
여기에는 배우 출신인 에인드라 조진과 그의 남편이자 배우인 뻬이 띠우, 미얀마 아카데미상을 4차례 받은 국민배우 겸 감독 루민도 포함됐다.
이들은 지난해 2월 쿠데타 직후 반군부 시위를 벌이다 체포돼 양곤의 악명 높은 인세인 교도소에서 1년 안팎의 기간 구금돼왔다.
이어 교도소 내 특별법정에서 선동죄 등이 유죄로 인정돼 징역 3년형 안팎을 선고받기도 했다.
군부는 또 추적을 피해 도주하다 지난달 양곤 자택에서 붙잡힌 유명 영화감독 툰 조 윈도 역시 석방했다고 밝혔다.
군부는 이와 관련해 "연예 활동으로 국가건설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빠잉 다곤의 변호인은 미얀마 나우에 그의 석방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군부가 석방의 대가로 요구한 것은 없다고 전했다.
이번 석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유명인사가 군부에 체포돼 구금된 상태라고 매체는 전했다.
쿠데타 이후 유명 인사들의 반군부 시위 동참이 확산하자, 군부는 120명가량의 유명인사를 체포영장 명단에 올리기도 했다.
군부가 유명인사 석방은 '유화책'으로 보인다.
쿠데타 1년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반군부 투쟁이 계속되는 만큼 대중적 영향력이 큰 이들을 사면해 투쟁 강도를 낮춰보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것이다.
한편 군부는 반군부 무장 투쟁이 활발한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집을 마구 불태우는 '초토화' 작전을 계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8일 중부 사가잉 지역의 따삐이 마을에서는 전투기의 공중 사격 이후 헬리콥터에서 내린 약 60명의 군인이 집들에 마구 불을 질렀다고 주민들은 주장했다.
한 주민은 "마을에 가옥 200여 채가 있었는데, 100채가량이 불에 타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라와디도 서부 친주 딴틀랑 지역에서 지난달 말 미얀마군의 두 차례에 걸친 방화로 가옥 101채가 불에 탔다고 주민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지역은 지난해 10월 말에도 미얀마군의 포격 및 방화로 가옥 160여 채가 불에 타 국제사회의 비난을 산 바 있다.
서부 친주와 중부 사가잉 지역은 미얀마군에 대한 무장 투쟁이 활발한 곳으로 꼽힌다.
미얀마 군부는 재작년 11월에 치른 총선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면서 지난해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장악했다.
이후 반대 세력에 대한 유혈 진압을 멈추지 않아 지금까지 1천5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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