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러 반전여론 틈 타 푸틴 흔드는 미국
블링컨 "여러분이 전쟁 참여 원치 않는 것 알아" 호응
"미, 러 이너서클 침투·정보원 획득 기회로 인식"…미 "정권교체 목표는 아냐"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미국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러시아 내 반전 여론을 발판삼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흔들려 한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러시아에서 푸틴 대통령의 침공 결정에 반대하는 여론이 확산하면서 사회 균열이 커진다고 판단하고 이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전직 미 정보 관료들을 인용, 이러한 시도에는 러시아 정치권 내 정보원을 모집하는 노력도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푸틴 대통령의 '이너서클'에 침투할 뿐만 아니라 러시아 관료체제에서 정보원을 용인할 기회가 왔다고 본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 관료들은 미국의 목표는 푸틴을 권력에서 축출하는 게 아니라 푸틴 대통령이 대중 정서를 무시하고 전쟁을 계속하는 것을 막는 일이라고 이 매체에 설명했다.
핵심 원칙은 러시아 국민에게 크렘린궁의 통제로 언론이나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사실과 그 맥락을 제대로 제공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국민을 향해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여러분 다수가 이 전쟁에 참여하기를 원치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신은 우크라이나인처럼, 미국인처럼, 다른 곳에 있는 사람처럼 좋은 직업, 깨끗한 공기와 물, 안전한 환경에서 아이를 키울 기회, 아이를 좋은 학교에 보내고 여러분보다 더 나은 삶을 줄 기회와 같이 기본적인 것을 원합니다.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이유 없는 침략이 이런 것을 얻는 데 대체 어떻게 도움이 됩니까"라고 '회유'했다.
삼엄한 통제에도 러시아 안에서 전쟁 반대를 외치는 목소리는 꺼지지 않고 있다. 도시 수십곳에서 반전 시위가 열렸고 그 결과 수천 명이 당국에 체포됐다.
과학자 등 전문가 수만 명이 전쟁에 반대하는 탄원서에 서명했고 코미디언부터 운동선수 등 유명인도 반전 운동에 참여했다.
다만 이런 여론보다 푸틴 대통령이 걱정하는 것은 자신의 지지기반인 올리가르히(러시아 신흥재벌)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푸틴 대통령 치하에서 부를 얻고 그의 집권을 뒷받침하는 올리가르히는 현재 서방 제재의 주요 대상이다.
푸틴 대통령과 '공생'관계인 이들이 직접 그를 비판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이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올레그 데리스파스카, 미하일 프리드먼과 같은 러시아 억만장자가 전쟁 종식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억압적인 체제를 고려하면 이례적인 움직임이다. 러시아의 고립이 심해지면 이들 재벌의 부도 위협받을 수 있다.
바이든 정부는 러시아 사회의 이런 균열을 이용하기 위해 곳곳에서 꽤 노골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SNS 영상에서부터 러시아 병사들의 부모에 대한 호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심리·정보 전술을 펼치고 있다.
미 국무부는 SNS, 특히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어권 언론에 미 정부의 목소리를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미 외교관들은 러시아 국영 매체에 출연하겠다고 제안했고 거절당하자 러시아의 몇 안 되는 독립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러시아어로 된 텔레그램 채널에도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러시아의 통제 시스템을 고려할 때 이러한 시도가 얼마나 효과를 거는지는 평가하기 어렵다. 다만 아직은 초기이고 러시아인은 이제 겨우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noma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