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검사·도시봉쇄에 홍콩 '엑소더스'…2월 9만여명 떠나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코로나19 강제 검사와 도시 봉쇄를 앞두고 '홍콩 엑소더스'가 벌어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일 홍콩 이민국(입경사무처) 자료를 인용, 2월 한 달간 9만4천305명이 출경하고 2만2천681명이 입경해 순 출경자가 코로나19 5차 확산 이후 최대인 7만1천354명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순 출국자 수는 각각 1만6천879명과 1만5천252명이었는데 급증한 것이다.
홍콩은 지난해 12월 31일 지역사회에서 첫 오미크론 변이 감염 환자가 보고된 후 코로나19 5차 확산이 시작됐다.
2월 초 100명대였던 신규 확진자 규모는 지난 2일 5만 명을 훌쩍 넘어서며 한 달 만에 500배 폭증, 의료체계가 한계에 다다랐다.
이런 가운데 홍콩 정부가 이달 중 750만 전 시민에 대해 3회에 걸쳐 강제 검사를 하겠다고 발표하고, 강제 검사 기간 도시 봉쇄가 병행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외국인들의 홍콩 탈출이 시작됐다.
SCMP는 홍콩 주재 스위스 영사관이 오는 7일 홍콩에서 취리히로 떠나는 스위스항공 전세기를 마련하고 자국민을 상대로 탑승 예약을 받고 있다고 관련 이메일을 입수해 전했다.
주홍콩 스위스 영사는 해당 이메일에서 강제 검사와 도시 봉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홍콩의 팬데믹 상황이 악화하고 있고 몇 주 내 우리의 커뮤니티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많은 스위스 국민이 현재 (홍콩의) 정책에 대해 일정 수준 불만을 가진 것을 이해한다"며 홍콩을 떠나는 전세기를 마련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SCMP는 또한 홍콩 주재 독일 상공회의소가 자국 주재원과 가족의 이송을 위해 항공사 루프트한자와 논의 중이라고 관련 이메일을 입수해 전했다.
독일 상공회의소는 해당 이메일에서 "루프트한자 그룹은 다른 잠재적 항공편을 위한 조건들을 계속해서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은 5차 확산이 시작되자 지난 1월 7일부터 미국·영국·캐나다·호주·필리핀·프랑스·파키스탄·인도 등 8개국에서 출발하는 여객기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고 있으며, 그 외 국가 발 여객기도 확진자가 발생할 때마다 일정 기간 운항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미국이나 유럽으로 떠나려는 이들은 서울, 도쿄, 방콕, 싱가포르 등지를 경유해야 하는 등 항공편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최근 홍콩발 여객기의 탑승 예약은 급증했다고 SCMP는 전했다.
에미레이트 항공은 지난 한 달간 영국과 파리, 리스본 등 다른 유럽 도시로 가려는 탑승 예약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지난 1일 홍콩을 여행 경보 최고 단계인 4단계(여행 금지) 국가로 지정했다.
미국 국무부는 해당 경보를 발령하면서 "홍콩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자녀가 부모로부터 분리된 채 퇴원 요건을 충족하기 전까지 따로 격리되는 경우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으며, "홍콩 여행자들은 코로나19 강제 검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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