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美국무 "푸틴 핵언급은 무책임의 극치"…개전후 첫 유럽행
"오판 위험 가중, 美 태세 불변"…외교 해법 가능성도 열어둬
3∼8일 나토·동유럽 최전선국 방문…대러 제재·피란민 수용 논의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 운용부대의 경계 태세 강화를 지시한 것과 관련해 "무책임의 극치"라고 맹비난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국무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그것은 위험하다. 오판의 위험을 가중한다. 피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과 러시아는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전 세계에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데 오랫동안 동의해왔다"며 핵전쟁은 어느 누구도 승리할 수 없는 전쟁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지금 핵 관련 태세를 변경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푸틴 대통령의 핵 태세 지시로 인해 미국인들이 핵전쟁을 우려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한 바 있다.
이어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차별 폭격에 대해 "러시아의 불필요하고 부당한 전쟁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너무나 충격적"이라며 "이 폭력을 마주한 우크라이나 국민의 용기가 전 세계를 고무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재난구조 당국은 개전 일주일을 맞은 이 날까지 적어도 2천 명의 민간인이 러시아의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의 강한 저항에 부닥친 러시아군은 시간이 흐를수록 민간 시설에 대한 무차별 폭격을 가하면서 희생자가 점점 늘고 있다고 외신은 보도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대(對)러시아 경제적 제재는 러시아 국민을 겨냥한 게 아니라 러시아 정부가 그런 행동을 멈추게 하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지속해서 우크라이나의 자체 방어 능력을 지원하는 동안이라도 우크라이나 정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는 우리의 외교적 조치가 있다면 그것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며 외교적 해법 가능성도 열어뒀다.
한편 블링컨 장관은 3∼8일 벨기에, 폴란드, 몰도바,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를 방문한다고 국무부가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이 심화하는 가운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과 유럽 동부의 최전선 국가들을 찾는 것이다.
블링컨 장관의 유럽 방문은 러시아의 개전 이후 처음이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러시아의 계획적이고 부당한 전쟁에 대해 나토 동맹 및 유럽 파트너들과 광범위한 협의·조정을 지속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3일 브뤼셀을 방문해 나토 외교장관 회담, 주요 7개국(G7) 각료회의에 참석하고, 유럽연합(EU) 카운터파트들과의 만남을 통해 러시아에 대한 제재와 관련한 논의를 이어간다고 프라이스 대변인은 설명했다.
블링컨 장관은 5일 폴란드를 찾아 러시아의 침략에 대비한 추가 안보 지원을 논의하고 피란민을 수용에 대한 인도적 지원 방안을 논의한다.
이어 몰도바를 방문해 주권과 영토보전에 대해 의견을 나눈 뒤 6∼8일 발트 3국(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 차례로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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