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러 무차별 공습 우려에 '비행금지구역' 왈가왈부

입력 2022-03-02 12:45
[우크라 침공] 러 무차별 공습 우려에 '비행금지구역' 왈가왈부

우크라 대통령 요청…서방 "미러 충돌하면 전쟁 커져" 반대

일부 전문가 "전쟁범죄 막아야" 찬성…이라크·리비아 등 전례도



(서울=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비롯한 주요 도시를 무차별 공습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비행금지구역(No Fly Zone)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가 공중 폭격을 중단하도록 자국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할 것을 촉구했지만 서방은 난색을 보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CNN과 공동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휴전에 대한 의미 있는 회담을 시작하기 전 우크라이나 도시에 대한 폭격을 중단해야 한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우크라이나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할 것을 요청했다.

비행금지구역은 특정 항공기가 비행할 수 없도록 설정된 공간을 뜻한다.

주요 인사의 거주지와 같은 민감한 지역을 보호하거나 스포츠 행사나 대규모 군중이 모이는 곳의 안전을 위해서도 일시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군사적으로는 공격이나 감시를 막기 위해 항공기가 특정 공간에 진입하는 것을 차단하는 조치로 금지 구역에 들어가는 항공기를 격추하는 등 방식으로 제지할 수도 있다.

이를 고려할 때 우크라이나 상공에 대한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나토와 러시아군의 충돌 가능성을 의미한다.

BBC방송은 "나토군 등이 이 구역에서 발견된 러시아 항공기와 직접 교전하고 필요할 경우 화력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방이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일축하고 보는 배경에는 혹시라도 모를 교전이 급격한 확전 양상으로 비화할 우려가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서방의 이 같은 신중론을 두고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은 갈리고 있다.

2013∼2016년 나토군 최고사령관을 지낸 필립 브리드러브는 "우크라이나의 비행금지구역 요청을 지지한다"며 "매우 중요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토비어스 엘우드 영국 하원 국방위원장도 민간인 사망과 전쟁 범죄를 막기 위해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할 것을 요청했다.

반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달 28일 BBC방송 인터뷰에서 "나토는 지상에서든 공중에서든 우크라이나 안으로 들어갈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부 장관도 러시아 제트기와의 교전은 유럽 전역에 전쟁을 촉발할 수 있며 반대론을 펼쳤다.

BBC는 미국도 이와 비슷한 입장을 내놨으며 현재로서는 우크라이나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군사적 상황에 따라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된 전례도 다수 있다.

1991년 1차 걸프전쟁 후 미국과 동맹국 파트너들은 일부 민족 및 종교 단체에 대한 공격을 막기 위해 이라크에 비행금지구역 2개를 설정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2011년 리비아 내전의 피해를 완화하기 위해 군사 개입의 일환으로 비행금지구역을 승인했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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