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TV에 1초도 안나온다…크렘린, 반전여론 검열 총력전

입력 2022-03-02 09:36
[우크라 침공] TV에 1초도 안나온다…크렘린, 반전여론 검열 총력전

반전청원 100만명·시위자 6천400명 체포에 함구

"'침략'·'공격' 쓰지말라" 독립언론에 보도지침 하달까지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안에서도 반전을 외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러시아 안에서는 이러한 목소리가 완벽하게 차단된 모습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반전 시위로 체포된 시민이 6천400명이 넘지만, 러시아 국영 TV에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고 미국 CNN 방송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기준 글로벌 온라인 청원 플랫폼 사이트(change.org)에 러시아어로 된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청원에 서명한 사람은 100만 명이 넘는다.

모스크바를 비롯해 주요 도시에서 반전 시위가 열리고 있지만 신문, 잡지, 웹사이트, TV 방송 등 러시아 관영매체들은 '반(反) 우크라이나' 여론을 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국민들이 자신의 형제, 아들, 남편이 전장에 보내진 이유, 어쩌면 타지에서 죽음을 맞을 수 있는 현실을 합리화하려 애쓰고 있다는 것이다.

현실에서도 모스크바 시내 거리는 시위 차단을 위해 경찰이 배치됐고, 시위가 주로 열리는 푸시킨 광장은 금속 바리케이드로 막혔다.

독립언론을 탄압해왔던 러시아 정부는 아직 운영하고 있는 독립언론에도 노골적인 보도지침을 내렸다.

지난주 러시아 10개 언론사는 러시아 보도 감시 조직으로부터 '침략', '공격', '선전포고'와 같은 단어를 쓰지 말라는 서한을 받았다. 이를 사용했을 경우엔 발행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경고도 담겨 있었다.

서한은 또 '특별군사작전'(크렘린궁이 전쟁을 지칭하는 단어)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정부 웹사이트에서 자유롭게 찾아볼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 관영매체들이 러시아 침공을 미화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들 관영매체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무장해제와 '탈(脫) 나치화' 임무를 침착히 수행하고 있으며 '세뇌되지 않은' 우크라이나인들은 러시아군을 반긴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당국이 항상 모든 이야기를 통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CNN은 전했다.

러시아 젊은 세대는 그들 부모 세대와 달리 정부의 잘못된 정보를 무시하며 자라왔고 기성언론보다 소셜 미디어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CNN은 관영매체의 메시지가 거대한 국가 안보 인프라로 통제되는 것은 시대가 변해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젊은 세대가 스스로 생각하고 자유로운 생각을 원하지만 항의 시위를 하면 정부의 잔혹함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젊은 세대 사이에 이 같은 좌절감이 있긴 하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그 비율은 소수에 그친다.

러시아 공공여론조사센터(CVIOM)가 최근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특별군사작전'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68%, 반대는 22%였다. 답변이 어렵다고 밝힌 이는 10% 수준이었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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