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러 국영매체들, 美·EU서 잇단 퇴출…TV·소셜미디어 제재
디렉TV, 美서 RT 방송 중단…메타·구글은 국영언론 차단·강등 조치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의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러시아의 국영 언론 매체들이 미국과 유럽 등에서 잇따라 접근이 제한되는 등 또다른 형태의 제재를 받고 있다.
미국의 위성·인터넷 TV 서비스업체인 디렉TV는 1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방송 RT와의 관계를 끊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CNN 방송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디렉TV를 통한 RT 전송은 곧장 중단됐다.
RT는 러시아 정부가 자금을 대는 국제 TV 방송사로, 해외에 뉴스를 방송하고 있다. CNN은 이 방송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어젠다를 홍보하는 채널로 악명 높다고 전했다.
디렉TV 대변인은 올해 중 RT와의 전송 협약이 만료될 예정이어서 갱신 여부를 검토해왔는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부당하게 침공하면서 결정이 앞당겨졌다고 말했다.
디렉TV는 미국에서 RT를 전송하던 2개 주요 TV 서비스업체 중 하나여서 이번 조치는 RT 방송이 미국 시청자들에 접근하는 데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CNN은 지적했다.
RT를 미국에 방송하는 또 다른 사업자인 디시(Dish)는 RT 방송에 대해 조치를 할지에 대해 논평을 거부하면서도 "상황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플랫폼도 이날 러시아 국영 언론 계정은 물론, 이들 사이트로 연결해주는 콘텐츠를 전 세계적으로 강등시킨다고 밝혔다.
강등 조치는 접근을 차단하는 것은 아니지만,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이나 검색 결과에 잘 나타나지 않도록 해 사실상 접근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메타의 닉 클레그 국제업무 사장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러시아의 국영 미디어를 강등시켜 자사 플랫폼에서 이들을 찾기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타와 트위터는 이에 앞서 러시아의 국영 매체 계정에는 이 같은 사실을 알려주는 라벨(표시)을 붙여왔는데 제재의 강도를 한 단계 높인 셈이다.
구글도 RT 등 러시아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매체들을 구글뉴스 등 자사의 뉴스 관련 기능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구글의 켄트 워커 국제업무 사장은 "이 비범한 위기 상황에서 가짜 뉴스의 확산을 막고 온라인상 허위 정보 선전전을 교란하기 위해 비범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튜브와 틱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은 최근 각각 유럽에서 RT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차단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로쿠도 유럽에서 RT의 방영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CNN은 이 조치들이 러시아의 국제적 위상이 추락한 중요한 시기에 자신의 프레임을 유포할 크렘린의 역량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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