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폭격 부상자가 분장 연기자? 혼란 부추기는 SNS 가짜뉴스

입력 2022-03-01 17:58
[우크라 침공] 폭격 부상자가 분장 연기자? 혼란 부추기는 SNS 가짜뉴스

진영 불문하고 '옛날 사진 재활용' 등 거짓정보 퍼뜨려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러시아의 침공 직후 우크라이나 동부의 도시 추위브(러시아명 추구예프)에서 찍힌 사진 한 장이 전 세계 신문을 뒤덮었다.

사진은 러시아 로켓포 파편에 다친 여성의 모습이었다. 피투성이로 헝클어진 머리칼에다 충격에 빠진 듯 공허한 눈빛으로, 전쟁의 참상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사진이었다.

그런데 친러 성향 네티즌들이 사진의 진실성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사진 속 여성이 이번 전쟁의 피해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여성이 사실 2018년 말 러시아 가스 폭발 사고의 생존자라며, 2018년 사고 현장에서 찍은 비슷한 외모의 여성 사진까지 근거로 제시됐다. 이 여성이 아예 누군가에게 고용된 '연기자'라는 주장도 나왔다. 전쟁의 피해를 과장하려고 일부러 피투성이 분장을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팩트체크 결과 이 음모론이 모두 허위라고 판별했다.

BBC는 사진이 촬영된 현장에 실제 폭격이 있었고, 아동 한 명을 포함해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사진을 촬영한 사진기자 2명으로부터 여성을 촬영한 사실을 확인받았고, 사진 원본 파일의 내부 데이터 역시 촬영 시기와 일치했다고 전했다.

BBC는 이외에도 가짜 뉴스가 SNS에서 범람하고 있다며 진실 여부를 파악해 이날 보도했다.



친러, 친우크라이나 양측 모두 진영과 무관하게 오래된 사진을 재활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SNS에서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12세 소녀가 러시아 군인에게 "집으로 돌아가라"며 맞섰다는 내용을 담은 한 동영상은 트위터·틱톡에서 확산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 2012년 찍힌 것으로 드러났다. 팔레스타인 소녀와 이스라엘 군인의 동영상으로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와는 관계가 없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주민들이 러시아 군인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며 저항했다는 내용의 동영상도 소셜미디어에서 광범위하게 확산했다.

영국의 정치인들도 이 동영상을 공유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이번 사태와 관계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동영상은 키예프에서 찍히긴 했지만 2014년 벌어진 '유로마이단'(친서방 정권교체 혁명) 시위 당시 촬영됐다고 BBC는 전했다.



우크라이나 파일럿이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했다면서, 우크라이나의 한 매체가 트위터에 공유한 동영상은 게임 '아르마3'의 한 장면으로 드러났다.

전쟁터로 향하는 우크라이나 군인에게 경례하는 어린이의 사진은 2016년 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키예프를 수호하는 군 장병과 커피를 마시며 격려했다는 동영상은 '진짜'이긴 하지만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되기 전에 촬영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BB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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