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中=친러' 인식 확산에 우크라 현지 중국인 시련(종합)
"북동부에서 中유학생 향한 총격 위협"…현지서 국적 감춰야 할 판
왕이 "현지 중국인들 안전에 고도 관심…당사국의 안전보장 기대"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이 러시아편을 든다는 인식이 국제적으로 확산하면서 우크라이나 현지에 체류하는 중국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28일 중국매체 신랑(新浪·시나) 신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리코프에 체류하는 중국인 유학생이 총격 위협을 당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지난 26일 무장한 사람이 중국인 유학생들이 거주하는 기숙사 주변에서 중국인 유학생을 향해 이유도 없이 총을 겨누었고 놀란 학생들은 기숙사 2층 방으로 긴급 대피한 뒤 철문을 닫는 등 보호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현지 중국인 학생들은 공습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등도 끄고, 중국인들이 춘제(春節·중국의 설)때 글을 적어 문에 붙이는 빨간 종이인 춘련(春聯)도 제거했다고 신랑신문은 소개했다.
최근 중국 정부는 표면적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어느 편도 들지 않는 중립 노선을 보이고 있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무력으로 침공한 이후 이 같은 표면상의 중립노선도 '친러 행보'로 해석되면서 현지 중국인들이 잠재적 위험에 처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이었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에 맞서 전례없이 강력한 전략적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데다 침공 전 중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에 반대하는 러시아 입장에 지속적으로 힘을 실어준 터라 개전 이후 중국의 행보 역시 국제 여론의 십자포화를 받고 있는 러시아를 엄호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양상이다.
게다가 지난 25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대 러시아 규탄 및 철군 요구를 담아 상정된 결의안에 중국이 기권한 것과 시종 대러 제재에 반대하고 있는 것도 '중국=친러' 인식 확산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우크라이나 현지에서는 반중 여론이 심상치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주 우크라이나 중국대사관이 침공 첫날인 24일 교민들에게 '장거리 운전 시 중국 국기를 부착하라'는 공지를 냈다가 25일에는 '신분을 알리는 표식을 드러내지 말라'는 상반된 공지를 낸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지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중국 정부도 입장을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2월 28일 한중 외교장관 영상 통화 내용을 소개하는 형식을 빌려 우크라이나 현지 중국인들의 안전에 고도로 관심을 갖고 있으며, 당사국이 민간인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을 보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당초 전세기로 현지 교민들을 순차적으로 철수시키려 했지만 치열한 교전 상황 속에 안전이 담보되지 않아 다른 이송 방안을 강구중이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현지 중국인들의 철수가 늦어진 것은 중국이 러시아의 침공이 임박했다는 미국 등의 주장을 '가짜뉴스'로 일축하며 타국이 현지 국민 대피를 서두르는 동안 신속한 대응을 하지 않았던 영향이 컸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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