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내 아들 왜 저기에"…포로 영상에 놀란 러 가족들
우크라, 러 포로 영상 SNS로 공개해 러시아 민심 흔들기 시도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우크라이나 정부가 포로로 잡은 러시아 병사의 정보를 인터넷에 올려놓고 병사와 가족을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심리전을 벌이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자기 아들이 전쟁터에 간 줄도 모르던 러시아 가족들은 크게 동요하고 있다고 한다.
가디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지난 26일부터 전투 과정에서 생포한 러시아 병사들의 모습과 정보를 담은 사진과 동영상을 텔레그램 채널 '당신의 가족을 찾아보시오'(FIND YOUR OWN)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포로로 잡은 러시아군과 그 가족을 연결해주는 핫라인인 '우크라이나에서 살아 돌아오라'(Come Back Alive from Ukraine)도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는 포로 가족이 포로에게 참전에 반대하는 의견을 말하도록 하고 있다.
텔레그램 채널은 작전 중 전사한 러시아군의 모습을 담은 사진 등도 올리고 있다.
러시아군 소속 군인들이 어떤 임무를 수행하는지와 관련한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해 포로로 잡히기까지 했다는 소식은 해당 병사의 가족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가디언은 러시아군 저격병인 레오니드 파크티세프의 사연을 전했다.
전쟁에서 부상한 그의 모습은 27일 오전 텔레그램 채널에 올라왔다.
러시아 로스토프 지역에 있는 군에서 저격부대 팀장으로 복무 중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그는 동영상에서 자신이 서부 시베리아의 작은 마을 출신이고 3명으로 구성된 저격팀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가디언과 접촉한 파크티세프의 가족들은 놀라움과 걱정, 분노를 쏟아냈다.
그의 여자형제인 옐레나는 "레오니드가 잡혀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새벽 2시에 받아보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그가 군에 있는 건 알았지만 우크라이나에서 싸우고 있는 줄은 몰랐다"라고 말했다.
그간 러시아 정부는 포로의 영상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참전 중인 군인의 상태에 대한 정보도 거의 공개하지 않는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오전에야 처음으로 "우리 용사 중 죽거나 다친 군인이 있다"라며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의 사상자는 훨씬 더 많다"라고 밝혔다.
옐레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4일이 레오니드의 28번째 생일이었고 그때 SNS를 통해 축하 메시지를 보냈지만 레오니드가 접속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했다.
그는 "그때는 조금 의아한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아주 많이 걱정된다. 잠을 거의 못 잤고 우리 아이들도 울고 있고 어머니는 심각한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지도자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고 가디언에 언급했다. 하지만 러시아도 우크라이나도 전쟁이 필요하지 않으며, 가족들이 죽지 않도록 평화 협상을 통해 전쟁을 마무리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파크티세프의 다른 친척은 그의 참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가디언에 익명을 요청한 그는 "젊은 군인들이 전쟁에서 총알받이로 쓰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해서 그러냐는 것"이라며 "젤렌지크의 궁전 때문이냐"라고 했다.
젤렌지크는 흑해에 접한 휴양도시다. 젤렌지크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연관된 고급 저택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친척은 "레오니드는 저격병인데 보통 저격병에 대해 적군의 대우가 좋지 않다고 알고 있다"면서 "영상에서 다른 동료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데,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정부가 가족에게 접촉해 레오니드에 대한 몇 가지를 물어왔는데, 특별한 것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개전 닷새째를 맞았지만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완강한 저항에 막혀 수도 키예프를 함락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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