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러시아 루블화 가치 역대최저…금리 20%로 파격 인상(종합)
달러화 인출 러시아인 몰려 ATM 앞에 장사진
ECB "'스베르방크 유럽' 파산 가능성 농후…지급유예"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서방 세계가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기로 하는 등 제재의 수위를 높이자 러시아 금융시장이 거세게 흔들리고 있다.
루블화 가치가 아시아 시장에서 장중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고, 러시아에선 달러화 사재기 현상이 벌어졌다.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의 유럽 자회사들은 부도 위기에 몰렸다.
이에 따라 러시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파격적으로 인상하고 2년 만에 금 매입을 재개하는 등 금융안정 조치를 연이어 취했다.
◇ 루블화 가치 30% 급락…러시아서 달러화 사려는 인파로 장사진
28일 로이터통신, 블룸버그통신, 미 CNBC 방송 등에 따르면 루블/달러 환율이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한때 달러당 119.50루블까지 올라 달러 대비 루블화의 가치가 전 거래일보다 30%나 급락했다. 루블화 가치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전날 러시아 곳곳에서 자동화기기(ATM) 앞에 달러화를 인출하려는 러시아인들의 장사진이 연출됐다.
프로그래머인 블라디미르(28) 씨는 "한 시간 동안 줄을 서고 있다"며 "외화가 어디에도 없고 루블화밖에 안 남았다"고 말했다.
러시아 현지 은행들이 25일 루블/달러 환율 종가보다 3분의 1 이상 높은 달러당 100루블에 달러를 팔고 있음에도 이런 달러 사재기가 발생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는 서방 세계의 각종 제재로 루블화가 붕괴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촉발됐기 때문으로 블름버그는 설명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응 조치로 서방 세계가 러시아를 SWIFT 결제망에서 배제하고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을 동결하기로 합의했다.
또 유럽은 유럽 영공에서 러시아 항공기의 운항을 금지하기로 했고, 애플페이와 같이 러시아에서 대중적인 지급결제 시스템도 중단됐다.
◇ 러시아 스베르방크 유럽 자회사 파산 가능성 제기
제재 효과는 벌써 가시화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러시아 스베르방크의 유럽 내 자회사들이 파산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이날 발표했다.
스베르방크는 러시아 정부가 소유한 은행으로, 미국의 초기 제재의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며 이번 SWIFT 결제망 제외 대상에도 포함됐다.
ECB가 언급한 은행은 '스베르방크 유럽'과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자회사 등 3곳이다.
ECB는 이들 3개 은행이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를 겪고 있어 머지않아 부채나 채무를 제때 갚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 3개 은행의 총자산은 작년 말 현재 136억4천만유로(약 18조3천600여억원)에 달했다.
유럽 은행의 회생 및 정리 업무를 맡은 단일정리기구(SRM)는 이들 3개 은행에 대해 지급유예 조치를 했고, 이들 은행을 구제할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 러시아 중앙은행 기준금리 파격인상…금융 안정화 조치 내놔
러시아 중앙은행은 금융시장 안정조치에 즉각 나섰다.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루블화가 급락하자 기준금리를 현행 9.5%에서 20%로 대폭 인상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전날에도 금융시장 안정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2년 만에 자국 시장에서 금 매입을 재개하기로 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대출을 받을 때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증권의 범위를 확대하고 은행들의 매입 초과 또는 매도 초과 외환 포지션의 제한을 완화하기로 했다.
또 외국인들의 러시아 증권 매각요청을 거절하라고 금융업계에 지시했다.
한편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보유 중인 러시아 자산을 매각할 것이라고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가 이날 밝혔다.
스퇴레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에 대한) 신규 투자를 중단하고 러시아 자산 매각 절차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정부에 따르면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러시아 자산은 작년 말 현재 250억크로네(약 3조3천275억원) 규모로, 러시아 국채와 러시아 기업 40여개사의 주식 등으로 구성됐다.
pseudoj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