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상하이 격리 국민 9명, 방역복까지 입고 투표 참여
방역당국 설득 끝에 '외출' 허락받아…총영사관도 야외투표소 차려 지원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최근 중국에 입국, 현지 방역 정책에 따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격리 시설에 머무르고 있는 우리 국민이 방역 당국을 어렵게 설득한 끝에 '외출'을 허락받아 대선에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27일 상하이 교민사회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 입국해 상하이 격리 호텔에 머무르고 있는 국민 9명이 전날 오전 주상하이 총영사관 마당에 마련된 야외 투표소에서 재외국민 투표를 했다.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외부 유입'을 막는다면서 해외에서 입국한 이들이 호텔 등 지정 장소에서 최소 2주 이상 머무르도록 요구한다.
전날 투표에 참여한 9명은 현지 격리의 마지막 단계인 '건강 관찰 기간'에 있던 이들로 현지 방역 당국을 설득해 투표 참여 목적의 제한적 외출을 허락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모두 방역복을 입은 채 격리 호텔에서 지정 차를 타고 투표소가 있는 총영사관까지 이동했다.
총영사관은 이들의 투표를 위해 실내 강당에 마련된 투표소 외에 별도로 총영사관 마당에 임시 야외 투표소를 마련했다.
투표 사무원 역시 방역복을 입고 이들의 투표를 지원했고, 선관위 위원과 참관인들은 거리를 둔 채 투표를 지켜봤다.
다른 투표 참가자들과의 접촉을 막기 위해 총영사관 측은 투표 개시 시각인 오전 8시에 격리 호텔에서 온 9명이 먼저 투표하도록 안내했다.
중국의 우리나라 외교 공관 여러 곳에서 동시에 재외국민 투표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처럼 격리 호텔에 머무르고 있는 유권자들이 투표를 진행한 사례는 없었다.
김승호 상하이 총영사는 "투표에 참여하려는 강한 의지를 가진 유권자들이 계셨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현지 당국 관계로 저희가 직접 모셔올 수는 없지만 격리 장소에 계신 분들도 가능하다면 투표하실 수 있도록 최대한 여건을 만들어드리는 것이 저희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외국민 투표는 지난 23일 전 세계 115개국 177개 재외공관, 219개 투표소에서 시작돼 28일까지 이어진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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