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美군함 대만해협 통과…"中경거망동 말라 메시지"
중국 "공개 소동" 반발…군용기 8대 대만 방공구역 진입 무력시위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 중인 가운데 미국 군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했다.
미 해군 7함대는 대만 시간으로 26일 알레이버크급 미사일 구축함인 랠프 존슨함이 국제법에 근거해 대만해협을 통과했으며 이는 정례적 차원이라고 웹사이트에서 밝혔다.
7함대는 "대만해협 통과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미군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지 비행하고, 항해하고, 작전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국방부는 랠프 존슨함의 대만해협 통과 사실을 확인하면서 당시 일대 해역의 동태는 정상이었다고 설명했다.
중국 베이징대 싱크탱크인 남중국해전략태세감지계획(SCSPI)는 랠프 존슨함이 대만해협을 지날 때 전자전기인 EP-3E가 인근 상공에서 지원 비행을 했다고 밝혔다.
미 군함의 대만해협 통과는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앞서 지난달 22일에도 알레이버크급 미사일 구축함인 듀이함이 대만해협을 지나갔다.
중국과 대만 섬 사이의 대만해협은 폭이 가장 좁은 곳은 130㎞ 정도에 불과하다. 중국은 대만을 자국의 영토로 간주하고 대만해협을 자국의 '앞바다'로 여기기 때문에 미국 등 외국 군함의 통과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과거 미 군함의 대만해협 통과는 일 년에 한 번 수준이었다. 그러나 전임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 미중 신냉전이 본격화하면서 미 군함의 대만해협 통과는 사실상 월례 행사로 굳어졌고, 바이든 정부도 이 기조를 승계했다.
미국은 자국 군함의 대만해협 통과 작전을 통해 날로 거칠어지는 중국의 대만 압박에 맞서 대만 지지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는 평가다.
랠프 존슨함의 이번 '통항 자유 작전'은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진행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대만 전문가들은 중국의 무력 침공 위협에 상시로 노출된 대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안보 우려가 부쩍 커진 가운데 미국이 대만 보호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중국군 전문가인 린잉유(林穎佑) 중산대학 교수는 중앙통신사에 "미 군함은 이번 항해에서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을 켜고 외부에 움직임을 공개했다"며 "미국은 중국에 '우크라이나 충돌에도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약해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동시에 동맹들에 미군이 계속 지역 안정을 수호하겠다고 알려주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제중(揭仲) 대만 국가정책연구기금회 연구원은 "미군 정찰기의 유사 활동은 항상 봐왔던 것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진 상황에서 미국은 인도·태평양 동맹을 안심시키는 한편 베이징에는 '이 기회를 틈타 강한 군사적 행위를 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미 해군은 현 정세가 민감하다고 판단했는지 평소와 달리 랠프 존슨함의 대만해협 통과 관련 사진을 따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중국은 미국 구축함의 대만해협 통과가 도발 행위라며 반발했다.
중국군 동부전구는 26일 밤 소셜미디어에 올린 대변인 성명에서 미국 구축함이 대만해협 통과를 대외에 선전하는 '공개 소동'을 벌였다고 비난하면서 국가 주권을 수호하겠다고 강조했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중국군은 이날 J-11 전투기 4대, J-16 전투기 2대 등 8대의 군용기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들여보내는 공중 무력 시위를 벌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적으로 침공한 가운데 국제사회 일각에서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혼란을 틈타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중국이 무력을 동원한 '대만 수복' 의도를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지만 현 정세에서 미국과 전면전을 감수해야 할 대만 침공이라는 무리수를 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한 편이다.
미국도 대중 견제 목적의 인도·태평양전략의 최전선 핵심 동반자이자 세계적 반도체 산업의 중심인 대만의 전략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위기가 고조 중이던 지난 24일 대만 주재 미국 대사관 격인 미국재대만협회(AIT)는 성명을 내고 "미국의 대만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며 "미국의 대만 지지는 반석처럼 굳건하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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