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망치·칼까지 든 민간인에 러 공세 주춤

입력 2022-02-27 08:43
수정 2022-02-27 17:41
[우크라 침공] 망치·칼까지 든 민간인에 러 공세 주춤

자원병 모집에 남녀노소 수천명 몰려…입대 위해 해외서 일부러 귀국도

화염병 직접 제조하며 시가전 '결사항전' 다짐…갈수록 군수물자 부족해져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개전 사흘째가 지나고 있지만 예상과 달리 러시아가 아직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는 물론 주요 도시들을 점령하지 못한 것에는 변변한 무기도 없이 나라를 지키겠다고 나선 평범한 우크라 시민들이 한몫을 하고 있다고 외신들이 26일(현지시간) 일제히 전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해 말만 해도 군사 전문가들은 물론 우크라이나 군 수뇌부도 러시아의 침공 시 우크라이나 군대가 버틸 기회는 거의 없을 것이라 봤다.

고작 소총을 든 민간인이 중화기로 무장한 채 밀려 들어오는 러시아 병력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느냐 본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제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불리한 상황이긴 하지만 민간인들이 다수 포함된 우크라이나 방위군이 러시아군의 진격을 늦추고 때로는 저지하면서 러시아의 당초 계획을 분명히 뒤엎고 있다고 말한다.



가령, 키예프 외곽의 작은 마을 알렉산더에 생긴 검문소는 전문 군인이 아닌 민간인이 방어를 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산탄총을 들고 있었고, 또 다른 한 명은 러시아제 권총을 들고 있었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총이 없어 여차하면 망치나 칼을 사용하려 한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예상을 깬 우크라이나의 선전 요인으로는 예비군에 합류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선 수천 명의 자원 병력을 꼽힌다.

실제로 우크라이나의 주요 징집소는 전 연령층의 시민들로 넘쳐났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이들은 정부 지시에 따라 화염병을 만들어 비축하고 러시아에 은밀히 협력하는 공작원을 색출하고 다니는가 하면, 침략군을 혼란스럽게 하기 위해 도로 표지판을 쓰러뜨렸다.

NYT가 키예프 징집소에서 만난 우크라이나 시민 올레나 소콜란 씨는 "폭발 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준비가 됐다고 판단했다"며 "나는 건강한 성인 여성이다. 나라를 지키는 것은 내 의무"라고 말했다.

키예프 대학의 역사학과 교수이자 우크라이나 과학 아카데미의 연구원인 이호르 자로바 씨는 자원병으로 나서겠다고 했을 때 가족들이 걱정하긴 했지만 말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NYT에 설명했다.

그는 "아내도 걱정하고 나도 걱정했지만, 가족 중 어느 누구도 하지 말라고 말하지 않았다"며 "그들은 모두 내가 이곳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도 헌혈하며 군인들을 도왔다.

프로그래머인 올렉산드로 호르부노프 씨는 "헌혈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이라며 "나는 우리 군인들을 믿는다. 그들이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평범한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러시아로부터 조국을 지키기 위해 집결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은 해외에서 귀국한 지원병을 포함해 수천명의 예비군들이 자원군으로 등록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당국이 수도에서 싸울 자원병들에게 1만8천 정의 소총을 배포했다고 밝혔다.

생애 처음으로 무기를 휘둘러본다는 정치평론가 콘스탄틴 바토즈키 씨는 "우크라이나의 시민이자 아버지이자 아들로서 의무를 다하고 있다"고 WSJ에 말했다.

WSJ은 이날 오전 러시아군과 민간인 옷을 입은 위장 군인들이 키예프 진입을 시도했지만, 우크라이나군과 수천명의 자원병이 키예프 거리를 다시 장악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결사 항전에 나서고 있지만 갈수록 물자가 부족해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현재 키예프 내에서는 연료가 부족하고 대부분의 주유소에서는 휘발유가 떨어졌거나 신원이 확인된 우크라이나 군인들에게만 기름을 팔고 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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