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도망 안갔다" 셀카 인증…재평가 받는 우크라 대통령
예일대 교수 "역사는 국민과 함께 남는 용기 기억할 것"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정치 경험이 없는 희극인 출신으로 백전노장을 상대할 수 있겠냐는 의심을 받던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쟁이 터진 뒤에 재평가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수도 키예프가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다음 날 스마트폰을 들고 "나는 여기 있다"며 도피설을 일축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국민 여러분, 좋은 아침입니다. 최근 내가 우리 군에게 무기를 내려놓고 철수하라고 했다는 가짜 정보가 온라인에 많이 돌고 있습니다. 들어보세요. 나는 여기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영상은 1시간 안에 조회수 300만회를 기록했다. 그는 측근들과 함께 거리에 서 있는 모습을 찍어 올리며 국민을 안심시키고 있다.
44세 젤렌스키 대통령은 선거 때부터 소셜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왔다. 체육관이나 사무실에서 셀카를 찍어 올리고 코로나19 사태 때 대국민 연설을 했다.
그는 2019년 당선 전에는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무대에 오르거나 TV 풍자물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만난 뒤 술에 취해 수영장에 빠지는 가상의 대통령 역할을 연기했다.
선거 운동 때도 평범한 유세 대신 신나는 음악과 춤이 있는 코미디 쇼를 하곤 했다.
이런 점을 들어 반대파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고위직에 안 어울리는 '광대'라고 규정하려곤 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사태 초반 젤렌스키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상대하기엔 능력 부족이라는 우려가 컸다.
지난달 초 이미 긴장이 고조되던 중에도 웃으며 스키를 타는 영상을 올렸다가 큰 비난을 받았다. 특히나 자신의 지지자인 열혈 반미 재벌 소유 리조트에 묵었다는 점이 더 논란이 됐다.
그러나 러시아 군대가 키예프로 다가오는 와중에도 대피하지 않고 차분하게 소셜 미디어로 소통하는 모습은 호평을 받고 있다.
심지어 러시아군에 체포되거나 살해될 우려가 있으니 대피하라는 미국 등의 권유를 거절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미국 예일대 우크라이나 역사 전문가 티머시 스나이더 교수는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역사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국민과 함께 남는 용기를 보였다는 점을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반부패 단체의 활동가인 올레나 하루슈카는 트위터에 "최고 통수권자로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자랑스러워하게 될 것이라곤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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