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고유가에 원유공급 차질 우려…정유-화학업계, 비상체계 가동

입력 2022-02-27 07:00
[우크라 침공] 고유가에 원유공급 차질 우려…정유-화학업계, 비상체계 가동

공급선 다변화 대책 마련 분주…이란산 원유 수입 재개 가능성 커져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국내 정유·화학업계가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특히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초고유가'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이 커진 데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할 수도 있어 공급선 다변화 방안 등을 본격적으로 검토하는 모습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이 반도체를 비롯한 하이테크 제품 등의 대(對)러시아 수출 제한 조치에 더해 만약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서까지 본격 제재를 할 경우 글로벌 공급 차질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일단 미국 정부는 러시아산 원유 거래 제재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자국과 동맹이 입을 피해가 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러시아산 원유는 제재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장중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던 국제유가는 현재 90달러 초·중반대로 내려와 다소 진정된 추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당분간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어서 국내 정유·화학사들은 유가 동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적으로 국제유가가 오르면 정유사들이 저유가일 때 사들였던 원유 비축분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재고 평가이익이 커진다.

하지만 유가 상승이 장기화되면 제품 수요 둔화로 이어져 오히려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화학업계가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로 받는 영향은 더욱 부정적이다.

국제유가의 강세로 원재료인 나프타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이 사용하는 나프타 중 수입산 비중은 약 20%이고, 이 가운데 약 23%가 러시아산이다.

만약 러시아산 나프타 수입이 제한되면 다른 나라의 나프타로 수요가 몰리면서 추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유·화학사들은 국내 원유 도입량 중 러시아산은 5.6%(작년 기준) 수준으로 크지 않은 편인데다 평소 유가 변동에 대비해 수개월 단위로 재고를 확보해 놓고 있기 때문에 당장의 직접적 영향은 없다면서도 러시아산 원유 도입 차질 가능성에 대비해 중동·남미 등 다른 지역으로 공급선을 다변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

대체 공급선 중에서는 이란과 서방의 핵 합의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란산 원유 수출 재개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 이란산 원유 수입 비중이 13% 내외인 최대 수입국 중 하나였으나, 2018년 미국 정부가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하면서 수입이 금지됐다.



최근 진행 중인 미국과 이란 간의 핵 합의 복원 협상이 성과를 거둘 경우 이란산 원유 공급이 재개될 수 있고, 이는 국내 정유·화학업체 입장에서는 유가 급등의 충격을 흡수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017년 당시 주요 업체별 이란산 원유 도입 비중은 SK이노베이션 16%, 현대오일뱅크 13%, 한화토탈 59%, 현대케미칼 77% 등이었다.

한화투자증권[003530]은 "이란 핵 협상 타결 시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란산 원유가 풀리면서 유가 안정에 기여하고 납사 가격 하락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화학업계는 수입 나프타에 대한 관세를 한시적으로 철폐해달라는 요구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문승욱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긴급현안 질의에서 "원유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대체로 3%의 관세가 적용되는데 할당 관세 적용을 확대해 원가 요인을 낮출 방안을 재정 당국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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