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푸틴 핵 발언에 일본 피폭자 단체 맹비판
"권력욕 위해 핵으로 위협…언어도단"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를 선언하면서 핵무기를 거론한 것에 대해 태평양 전쟁 때 원폭이 투하된 일본에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작전을 발표하면서 "소련 해체 후 상당 부분 능력을 상실했다 해도 러시아는 여전히 가장 강력한 핵보유국"이라며 "몇몇 최첨단 무기에서도 확실한 우위"라고도 언급한 것이 논란을 불렀다.
이에 대해 원폭 피해자 단체가 강하게 반발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다나카 시게미쓰(田中重光) 나가사키(長崎)원폭피해자협의회 회장은 "권력욕을 위해서 핵을 끄집어내 타국을 위협하다니 언어도단(言語道斷·어이가 없어서 말을 할 수 없다)"이라고 25일 반응했다.
그는 러시아를 포함한 5대 핵보유국 정상이 핵전쟁을 회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책무라는 공동성명을 지난달 발표한 것을 염두에 두고 "입에 침도 마르기 전에 (핵으로 위협하는 것은) 괘씸하다. 우리들은 전쟁과 핵무기에 절대 반대한다는 것을 계속 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도 25일 발표한 성명에서 푸틴 대통령의 발언을 "피폭자로서 용납할 수 없다"며 우크라이나 침공이 "인류를 위험에 처하게 하는 행위"라고 논평했다.
나가사키대 핵무기폐기연구센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핵 군축·불확산 체제에 주는 심각한 타격이나 핵 위험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한다"는 견해를 발표했다.
25일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기자회견에서는 '혹시라도 핵이 사용될지 모른다는 것이 가장 우려스럽다. 푸틴 대통령과 매우 오랜 우호 관계에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를 파견하는 등 독자적 대응을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적한 것과 같은 것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예정에 없다"면서 상황 변화에 맞게 국제사회와 협력해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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