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러시아 SWIFT 퇴출 놓고 의견 갈라진 유럽

입력 2022-02-25 19:29
[우크라 침공] 러시아 SWIFT 퇴출 놓고 의견 갈라진 유럽

영국·발트3국 '즉각 퇴출해야'…프랑스·독일 '최후의 수단'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유럽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강력한 제재를 내리면서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러시아를 퇴출하는 문제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을 떠난 영국은 러시아의 SWIFT 차단을 원하고 있지만 프랑스와 독일, 네덜란드 등 일부 EU 회원국들은 자국이 입을 피해를 우려해 퇴출 결정만큼은 마지막 순간까지 미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25일(현지시간) 러시아를 SWIFT에서 내쫓는 것은 가능한 옵션이지만 "최후의 수단"이라고 말했다고 AFP,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르메르 장관은 이날 오전 파리에서 열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비공식 회의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모든 옵션은 테이블 위에 놓여있다"면서도 이같이 밝혔다.

회의에 참석한 크리스티안 린트너 독일 재무부 장관도 기자들에게 이미 결정한 제재 방안 외에도 모든 선택지는 열려있다면서도 SWIFT에서 러시아 차단과 같은 조치에는 신중해야 하다고 강조했다.

린트너 장관은 "우리는 이미 러시아 은행들을 완전히 막았기 때문에 러시아와 거래는 중단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더 많은 추가 조치가 가능하겠지만 그 결과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에 내리는 제재는 유럽 경제에 해를 끼치기보다는 러시아 경제를 힘들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린트너 장관은 설명했다.

앞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도 러시아를 SWIFT에서 퇴출하는 조치는 유럽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많은 EU 국가들이 망설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의 SWIFT 퇴출 문제는 마지막 선택지로 남겨놔야 한다는 게 뤼터 총리의 입장이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이들과 달리 영국과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은 러시아를 즉각 SWIFT에서 내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부 장관은 "러시아를 SWIFT에서 차단하길 원하지만, 모두가 동참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라며 "계속 동맹국들을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인접한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도 러시아를 즉각 SWIFT에서 내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에길스 라비츠 라트비아 대통령은 "북한과 비슷한 범죄 정권을 세상과 격리해야 한다"며 러시아에 더욱 광범위한 제재를 촉구했다고 dpa 통신이 보도했다.

SWIFT는 전 세계 200여개국에서 1만1천곳이 넘는 금융기관이 사용하는 전산망으로 국경을 초월해서 돈을 거래할 때 필요하다.

러시아가 SWIFT에서 차단당하면 해외 금융기관과 돈을 주고받는 일이 거의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러시아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제재로 여겨진다. 우크라이나는 이 시스템에서 러시아를 차단할 것을 촉구해 왔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러시아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거래를 해온 유럽에도 상당한 경제적 타격을 안길 수 있다.

유럽 은행들이 러시아에 빌려준 돈을 제때 돌려받을 수 없게 되는 점도 일부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의 SWIFT 퇴출을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다.

run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