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반면교사로 삼고 파장 최소화해야
(서울=연합뉴스) 결국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무력으로 침공했다. 러시아군은 24일(현지시간) 새벽 우크라이나 동부와 북부, 남부 등에서 동시다발 공격을 펼치며 진격했다. 러시아군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작전 개시 명령에 따라 북쪽으로는 벨라루스, 동쪽으로는 돈바스 지역, 남쪽으로는 흑해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었다. 러시아는 침공 하루 만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외곽지대까지 진군해 조만간 키예프가 함락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한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개전 이튿날인 25일 새벽 화상 연설을 통해 "우린 홀로 남겨져 나라를 지키고 있다"며 "누가 우리와 함께 러시아에 맞서 싸울 준비가 되었는가.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냉전 시대 소련군이 체코 '프라하의 봄'을 탱크로 진압하는 장면이 과거의 역사로 사라진 듯했으나 21세기 국제사회는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를 러시아와 같은 대국이 탱크로 짓밟는 참혹한 현실을 다시 목격하고 있다. 한나라의 주권을 강대국이 무력으로 짓밟는 행위는 국제사회의 평화공존을 해치는 행위로 규탄받아 마땅하다. 우리 정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에 대해 "유엔헌장의 원칙을 위배하는 행위로서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정부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무력 침공을 억제하고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경제제재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지지하며 이에 적극 동참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은 당연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신냉전 체제의 도래' 등 외교·안보적인 측면과 아울러 세계와 우리 경제에 심대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범정부 차원에서 총력 대응이 필요하다. 가스와 원유 생산 강국이면서 세계 경제 규모 12위권인 러시아와 '유럽의 곡창지대' 우크라이나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면서 국제사회와 우리나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세계 경제가 인플레이션 악화, 경제성장 둔화, 불확실성 증폭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릴 처지에 놓였다는 외신 분석이 나온다. 우선 국제유가를 비롯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주로 공급하는 원자재의 가격이 줄줄이 올랐다. 특히 북해 브렌트유는 한때 배럴당 105.75달러까지 치솟아 2014년 이후 처음으로 100달러 고지에 올랐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제유가·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라 국내 산업계가 전방위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진출한 국내 기업은 직격탄을 맞을 상황이다. 정부는 25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경제제재 동참에 따라 피해를 보게 되는 기업에 대한 우선 지원방안을 시행하고, 분야별 에너지·공급망 수급 대응체계 가동 등 대응 방침을 밝혔다. 다만 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와의 교역규모, 원자재·곡물 비축물량과 계약물량 등을 고려하면 이번 사태가 우리 경제에 단기적으로 미칠 수 있는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요소수 충격을 경험한 바 있다.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파장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자세로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우크라이나 거주 교민의 안전한 철수를 위해서도 만반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자신을 스스로 지킬 수 없는 나라의 운명을 우리는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신냉전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것이라고 한다. 냉전 이후 초강대국 미국이 주도하던 국제질서에서 벗어나, 러시아와 중국이 합세해 미국과 대치하는 구도로 국제사회가 재편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국제사회에서 자체의 힘이나 동맹이 뒷받침되지 않은 공허한 외교는 무기력하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국제법과 질서를 위반하고 무고한 인명을 살상하는 강대국의 유린 행위를 국제사회가 외면할 수는 없다. 우리 정부도 자유주의 질서를 회복하고 세계평화를 지키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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