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전 유럽정상들 러 기업임원 줄사퇴…슈뢰더는 버티기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기업의 임원을 지내던 유럽국가 전 정상들이 속속 사퇴를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싸늘해진 여론 속에도 결단을 망설이는 인사도 목격된다.
24일(현지시간) AFP,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1998∼2005)는 러시아 회사 임원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슈뢰더 총리는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즈네프트 이사장이면서 최근 러시아 가스 기업 가즈프롬 이사로도 지명됐다.
로즈네프트는 러시아 가스를 독일로 공급하기 위한 노르트 스트림2 파이프라인을 건설한 회사로,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다.
슈뢰더 전 총리가 모든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지만, 그는 러시아와의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24일 세계 최대의 글로벌 비즈니스 인맥 사이트인 링트인에 유럽과 러시아 관계가 단절돼서는 안 된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양측이 많은 실수를 저질렀지만, 러시아의 안보상 이익이 군사력 사용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요한 제재를 취하되 유럽과 러시아를 이어온 정치와 경제, 시민사회 간 유대가 끊어지지 않도록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관련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밝혔다.
독일 정치권은 올해 77세인 슈뢰더 전 총리가 모든 러시아 회사 임원직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와 같은 보수 기민당 소속인 기타 코네만 의원은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은 그가 우크라이나와 독일, 서방 진영을 위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슈뢰더 전 독일 총리 외에도 지난해 12월 러시아의 석유화학 회사 시부르 이사진에 합류한 프랑수아 피용 전 프랑스 총리(2007∼2012)도 사임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러시아 회사 임원직에서 물러난 유럽 지도자들은 에스코 아호 전 핀란드 총리(1991∼1995)와 마테오 렌치 전 이탈리아 총리(2014∼2016), 크리스티안 케른 전 오스트리아 총리(2016∼2017) 등 3명이다.
아호 전 핀란드 총리는 러시아 최대 은행은 스베르방크 감사위원 직을 내려놨다.
그는 자국 일간지 일타-산노마트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침공으로 더는 일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고, 또 다른 신문 헬싱긴 산노마트와의 인터뷰에서는 "지난 몇 주 동안 러시아가 지금처럼 행동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렌치 전 이탈리아 총리는 자국 기업가가 설립한 회사로 러시아 최대 카셰어링 회사 중 하나인 델리모빌 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의 대변인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오늘 아침 사임했다"고 관련 사실을 확인했다.
케른 전 오스트리아 총리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러시아의 국영 철도회사 감사위원 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고 24일 AFP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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