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러스트벨트' 인구감소 비상…헤이룽장성 10년새 16% 줄어
헤이룽장 "전략적 문제"…허강시는 재정난에 인력 채용도 못해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중국의 러스트벨트' 가운데 대표적인 성(省)인 헤이룽장(黑龍江)이 급격한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24일 중국 관영 흑룡강신문(黑龍江新聞)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쉬친(許勤) 헤이룽장성 당 서기는 최근 회의에서 헤이룽장의 인구감소 문제를 "부흥과 발전을 방해하는 전략적인 문제"라고 규정하고,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헤이룽장성은 주민들에게 중국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세 자녀 갖기 정책'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한편 자녀를 가진 부부에 대한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러스트벨트인 헤이룽장성의 인구는 2020년 기준으로, 10년간 전체 인구의 16%에 달하는 646만 명이 감소했다.
중국의 러스트벨트는 헤이룽장을 비롯해 지린(吉林), 랴오닝(遼寧) 등 동북 3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동북 3성은 중국에서 공업이 가장 먼저 발달한 지역으로 '개혁ㆍ개방'이 시작되기 전인 1970년대까지만 해도 중국 내에서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았다.
그러나 철강, 조선, 기계, 광업 등 '중후장대형' 공업을 주축으로 한 동북 3성의 산업은 10여 년 전부터 공급 과잉과 수익성 악화로 점차 쇠락의 길을 걷게 됐으며, 이런 현상은 몇 년 전부터 심화하고 있다.
동북 3성의 각급 지방정부는 성장률 저하와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부동산 경기 활성화 정책을 실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위적인 '부동산 띄우기'로는 성장률 둔화를 막기에 역부족이었으며, 지방정부의 재정난만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급기야 재정난으로 필요한 인력 채용을 할 수 없는 도시마저 생겨났다.
헤이룽장성 허강(鶴崗)시는 지난해 말 예산 부족으로 인력 채용을 중단했다.
허강시의 인력 채용 중단은 '산업 쇠락→인구 감소→지방정부 세수 부족과 재정난→중앙정부의 예산 감축 압박'→인력 채용 중단이라는 순환고리가 작동한 전형적인 사례다.
허강시는 중국의 주요 석탄 생산기지 가운데 한 곳이었으나, 중국의 에너지 정책 변화에 따른 석탄 생산 감소 등의 여파로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세계 최대의 인구 대국인 중국 전체적으로도 아직 인구가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출생률 저하와 인구 노령화 문제가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출생 인구는 1961년 이래 가장 작았으며, 출생률(인구 1천명 당 태어나는 출생아 수)은 건국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 중국의 출생 인구가 1천62만 명, 사망인구가 1천14만 명으로, 인구는 48만 명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처럼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자 중국 당국은 지난해 8월 부부당 자녀를 3명까지 낳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법제화했다.
개정된 '인구 및 가족계획법'은 부부가 자녀 셋을 낳을 수 있도록 규정하는 한편, 재정, 세금, 보험, 교육, 주택, 고용 관련 지원 조치를 정부가 채택해 국민들의 출산과 양육 및 교육 부담을 경감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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