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일촉즉발] 키예프 교민들 "도시 한산…언제든 떠날 준비"

입력 2022-02-24 10:40
수정 2022-02-24 21:49
[우크라 일촉즉발] 키예프 교민들 "도시 한산…언제든 떠날 준비"



(제슈프[폴란드]=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전쟁 발발 직전으로 긴장이 고조한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에 아직 남은 한국 교민들은 만일의 사태를 긴박하게 대비하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키예프에서 무역업체를 운영하는 김도순 대표는 23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이미 떠난 사람이 많아 도로가 한가해지긴 했지만 슈퍼마켓에서 생필품을 사거나 은행 업무를 보는 데는 다행히 지장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족이 필요한 서류를 받아야 해서 아직 키예프에 머물고 있는데 서류가 갖춰지면 즉시 가까운 체코로 출국할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우크라이나의 목재를 한국 등 아시아 국가로 수출하는 일을 하는 데 체코로 옮겨도 사업상 큰 차질은 없겠지만 러시아가 실제 침공해 오데사까지 영향을 받게 되면 해상 운송이 막힐 수 있어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컨테이너선이 오가는 해상교통의 중심이 흑해 연안의 오데사 항구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지인 대부분은 유럽이나 한국으로 떠났고 거의 마지막으로 남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키예프에 있는 김병범 선교사는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푸틴 대통령이 돈바스에 군대를 보내겠다고 밝혔고 비상사태까지 선포돼 긴박하게 긴장의 수위가 높아지는 상황"이라며 "사태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내 상황을 보면, 출퇴근 시간에 차량 숫자가 눈에 띄게 줄었고 슈퍼마켓에 가도 사람 숫자가 많이 줄어 도시가 조용하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급격히 확산한 영향이기도 하지만 키예프를 떠난 피란민이 그만큼 많아서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폴란드 바르샤바로 가는 기차는 피란길에 오른 우크라이나인으로 만석이라는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그는 "아내가 우크라이나인이고 교회 성도들도 그냥 놔둘 수 없어 키예프에 남았다"라며 "정말 위험한 상황이 되면 우크라이나 내에서 대피할 수 있는 비상계획을 세웠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영주권이나 시민권이 없는 한국 교민은 다 철수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에 머물고 있던 선교사들은 불가리아와 루마니아, 몰도바로 많이 떠났다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는 13일자로 우크라이나를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했고, 22일 러시아군의 돈바스 지역 진입명령 이후 잔류 국민에게 출국 또는 리비우나 오데사 등 우크라이나의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하라고 권고했다.

우크라이나에 아직 체류중인 우리 국민은 선교사 14명, 유학생 4명, 자영업자와 영주권자 등 46명 등 64명이다.

이는 크림반도 지역 교민 10명과 주재 공관원 21명을 제외한 숫자다.

우리 정부는 16일부터 우크라이나 서부 리비우와 폴란드 남동부 메디카 국경검문소 인근 프셰미실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우리 국민의 육로 대피를 지원하고 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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