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이 나쁜 또 다른 이유? 지방조직 대식세포 빨리 늙는다

입력 2022-02-23 17:03
비만이 나쁜 또 다른 이유? 지방조직 대식세포 빨리 늙는다

죽은 지방세포 포식 기능 상실→지방조직 섬유화 등 합병증

미국 보스턴의대 연구진, 저널 '라이프 사이언스 얼라이언스'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생명체가 성장하면 늙은 세포는 '노화 현상'을 겪기 마련이다.

노화한 세포는 영구히 분열을 중단한 상태에서도 죽지 않는다.

그렇다고 노화 세포가 그냥 가만히 있는 건 아니다.

노화 세포는 여러 가지 질병의 원인이 되는 전(前) 염증성 인자를 분비한다.

그런데 비만한 사람은, 지방 조직에 나타나는 대식세포(macrophage)가 더 빨리 노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렇게 노화한 대식세포는 사람에 따라 지방 조직 섬유화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이는 곧 비만이 지방 세포의 면역 노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대식세포가 노화할 수 있다는 건 과학자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미국 보스턴의대(BUSM)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지난 18일(현지 시각) 생물 의학 분야의 오픈 액세스 저널인 '라이프 사이언스 얼라이언스'(Life Science Alliance)에 논문으로 실렸다.

탐식세포라고도 하는 대식세포는 동물의 거의 모든 체내 조직에 분포하는 아메바 모양의 큰 면역세포다.

이물질, 세균, 바이러스, 노폐세포 등을 포식한 뒤 소화하는 작용을 하며, 여기서 생기는 면역 정보를 림프구에 전달한다.

물론 대식세포가 지방 조직에서 죽은 지방세포(adipocyte)를 제거하는 건 이로운 기능이며, 새 세포가 생기는 데 도움이 된다.

여기서 지방세포는 지방의 축적에 특화된 세포를 말한다.

우리 몸의 지방 조직은 백색과 갈색 두 가지 지방세포로 구성된다.

백색 지방세포는 하나의 큰 지질 방울 형태를 띠는 불활성 에너지 용기(容器)와 같다.

이와 달리 갈색 지방세포엔 미토콘드리아와 뒤섞인 여러 개의 작은 지질 방울이 있다.

갈색 지방세포의 미토콘드리아는 미세 지질 방울을 열과 에너지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대식세포가 노화하면 죽은 지방세포를 제거하는 기능을 상실한다는 게 이번 연구에서 새로이 밝혀졌다.

연구팀은 노화한 대식세포가 다양한 인자(factor)를 분비한다는 것도 확인했다.

이 가운데 하나인 오스테오폰틴(osteopontin)이 지방 조직 섬유화의 주범으로 밝혀졌다.

오스테오폰틴은 골격을 구성하는 주요 인단백질이며, 칼슘 친화성이 높아 석회화 조직의 형성 등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테오폰틴은 또 T세포나 NK(자연 살해)세포가 활성화할 때 같이 발현하며, 대식세포를 끌어들이는 '양(陽)의 주화성'도 보인다.

이 연구 결과가 특히 주목되는 건, 살찐 동물이 대식세포의 노화도 빠르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식세포의 노화가 빨라지면 지방 조직이 병적으로 두꺼워지는 섬유화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비만한 사람이 2형 당뇨병까지 생기면 이런 지방 조직 섬유화가 특징적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이번 연구의 주요 성과는, 비만과 2형 당뇨병 등의 새로운 치료 표적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비만에 대한 지방 조직의 반응을 통제하는 '조절 경로'(regulatory pathways)에 열쇠가 있을 거로 기대한다.

과학자들은 노화한 대식세포를 직접 표적으로 삼거나 오스테오폰틴의 발현을 억제하는 방법이 모두 가능할 거로 보고 있다.

논문의 공동 교신저자인 나빌 라비 박사는 "이런 접근법은 비만과 2형 당뇨병 등의 합병증 치료에 유망하다"라고 말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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