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청정국' 솔로몬제도 첫확진 한달만에 의료붕괴

입력 2022-02-22 16:06
수정 2022-02-22 16:13
'코로나 청정국' 솔로몬제도 첫확진 한달만에 의료붕괴

1월 중순 첫 확진 후 6천여명 감염…의료시설·인력부족 심각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2년여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성공적으로 막아낸 남태평양 섬나라 솔로몬제도가 첫 감염자 발생 한 달여 만에 확진자가 급증, 의료체계 붕괴 위기에 처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구 70만의 솔로몬제도는 올해 초까지 단 한 명의 확진자도 나오지 않아 대표적인 코로나19 청정국으로 꼽혔다.

하지만 전 세계를 뒤덮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피할 수 없었고, 결국 지난달 중순 확진자 1명이 나왔다.

그런데 그 이후 바이러스가 급속히 퍼져 한 달여 만에 6천여 명이 감염됐고 70여 명이 코로나19로 숨졌다.

문제는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에 의료체계도, 국민도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수도 호니아라에 있는 국립위탁병원(NRH)의 한 의사는 "병원이 코로나19 환자들로 넘쳐나고 있다. 사람들이 병원 바닥에서 죽어간다. 영안실도 꽉 찼다. 슬픈 일이다. 지금까지 이런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의사는 진짜 사망자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병원에 왔다가 코로나19로 확진된 후 숨지면 시신을 가져가 장례를 치를 수 없기에 아예 병원에 오지 않고 죽는 사람들을 여럿 봤다고 전했다.

그는 또 암이나 당뇨, 고혈압 같은 다른 질환을 앓거나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도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없어 사망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간호사 부족도 심각한 상황이라며 "코로나19 환자를 돌볼 간호사가 충분치 못해 아픈 환자들을 적절히 관찰하면서 치료하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한 간호사는 "지난주에는 간호사가 부족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재택 치료 중인 무증상 간호사를 업무에 복귀시켰고, 혼자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갓 졸업한 수습 간호사까지 중증 환자를 돌보는 데 투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솔로몬제도 정부는 의료체계를 총동원해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으나 의료현장의 병상은 이미 꽉 찬 상태다.

첫 환자가 유입되기 전 코로나19 방역 성공으로 국민이 백신을 접종하지 않아 접종 완료율(작년 말 기준)이 20%에 그칠 정도로 저조한 것도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한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주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보건 당국의 검사 능력을 뛰어넘어 실제 환자가 보고된 것보다 더 많을 수 있다며 의료체계가 환자를 모두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컬윅 토가마나 보건장관은 "증상이 가벼운 사람은 엄격히 자가격리를 하고, 중등증 또는 중증인 경우에만 의료시설을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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