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1년 만에 '항공 빅딜' 조건부 승인…6개국 결론이 관건
해외당국 1곳이라도 불허 시 결합 무산…전담심사팀 가동해 경제분석
(세종=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전담심사팀을 가동해 주요 심사국 중 가장 먼저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의 기업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 결론을 내렸다. 기업결합 신고를 접수한 지 1년 만이다.
그러나 실제 거대 통합 항공사 출범하기까지는 6개국의 심사 결과가 남아 있다.
정부와 업계 안팎에선 해외 경쟁 당국의 심사가 까다로워지는 추세여서 심사 결과 예측이 쉽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 미국·EU 등 6개국 결론이 관건…해외 심사 '깐깐'
22일 공정위와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빅딜'이 최종 승인될지 여부는 심사를 진행 중인 해외 경쟁당국의 결론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현재까지 대한항공은 싱가포르, 베트남, 대만, 터키,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뉴질랜드 등 8개국으로부터 결합을 승인받았거나, 심사 절차를 마무리했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영국, 호주 등 6개국은 아직 심사 중이다.
공정위는 이들 경쟁 당국의 심사 결과를 반영해 시정조치 내용을 수정·보완하고 전원회의에서 확정할 계획인데, 해외 경쟁당국 중 한 곳이라도 불승인 결정을 내리면 통합 항공사는 물 건너가게 된다.
앞서 EU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 독점을 이유로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009540]과 대우조선해양[042660]의 기업 결합을 불허해 합병이 무산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근 해외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는 부쩍 까다로워진 추세다.
EU는 캐나다 1·3위 항공사인 에어캐나다와 에어트랜젯의 합병을 불허했고, 스페인의 이베리아항공 등을 소유한 지주회사 IAG가 스페인의 에어유로파를 인수하겠다며 시장에 신규 진입할 항공사를 찾아왔는데도 합병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현대중공업[329180] 사례는 차이가 있어 단순 비교가 어렵다면서도 해외 당국의 심사 결과 전망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고병희 시장구조개선정책관은 "조선 건의 경우 전 세계 시장 1, 2위 업체 간 결합이었지만, 항공 건은 전 세계 시장에서 30∼40위권에 있는 업체 간 결합"이라며 "조선 건은 결합으로 영향을 받는 대부분 수요자가 유럽에 있지만, 항공은 대부분이 우리 국민이 해외로 나가는 아웃바운드 수요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 경쟁당국은 자기네 노선 한두 개에 대한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라며 "민감한 내용이라 해외 당국의 결론을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 전담심사팀 가동해 1년 만에 조건부 승인 신속 결론
공정위는 지난해 1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신고를 접수한 후 경제분석전문가를 포함한 8명의 전담심사팀을 구성해 심사에 돌입했다.
외부 전문가에 의뢰해 결합 후 노선별 가격 인상 가능성 등에 대한 경제 분석을 진행하고, 시정조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항공 당국의 의견도 수렴했다.
여러 국가에서 동시에 심사가 진행 중인 만큼 미국, EU 등 8개국 경쟁 당국과 약 30차례 화상 협의도 진행했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29일 일부 노선에 대해 슬롯(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 및 운수권(정부가 항공사에 배분한 운항 권리) 반납 등의 시정조치안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전원회의에 상정했고, 지난 9일 전원회의를 거쳐 1년여 만에 조건부 승인이라는 결론을 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항공운송 서비스 소비자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점을 고려해 최대한 신속하고 면밀하게 심사를 진행했다"며 "실질 심사국 중 가장 선제적으로 결론을 도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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