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일촉즉발] 시진핑, 푸틴 조치 공개 지지엔 신중할듯

입력 2022-02-22 11:24
수정 2022-02-22 12:20
[우크라 일촉즉발] 시진핑, 푸틴 조치 공개 지지엔 신중할듯

'우크라 국경선 변경' 조치 지지시 대만독립 저지 명분 약화

모호한 입장 취하며 배후에서 대러 경제적 지원 가능성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촉즉발 위기로 치달으면서 러시아와 밀월 관계를 유지해온 중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하고 '평화유지'를 명목으로 군대를 보낼 것을 지시했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강력 규탄하고 DPR·LPR 지역에 대한 미국인의 신규 투자 및 무역, 금융을 금지하는 행동 명령을 발동했다.

반미를 고리로 러시아와 준(準)동맹 수준의 전략적 협력을 유지해온 중국이 러시아를 지지할지 여부는 이번 사태는 물론 중국의 대외관계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우선 중국은 사태 전개 과정을 예의주시하며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방과 견해가 다른 국제 이슈에서 서방의 대응을 비판하되, 서방과 대척점에 선 쪽을 일방적으로 지지함으로써 서방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는 일은 가급적 피해온 중국의 전통적 대응 기조가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국이 러시아의 조치를 공식 지지함으로써 우크라이나의 국경선 변경을 인정하는 것에는 신중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중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 반대라는 러시아의 요구를 지지하면서도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은 보전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지난 주말 사이에 피력했다.

그 이전까지 중국은 미국이 주장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설을 '가짜뉴스'로 취급하며 러시아의 안보상 우려가 존중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는데, 이에 대해 서방은 '중국이 사실상 러시아 편에 섰다'며 견제의 시선을 보냈다.



결국 중국은 러시아의 군사행동 현실화를 가리키는 여러 징후가 나타나는 가운데 입장을 새롭게 정리했다. 베이징올림픽 폐막(20일) 직전인 지난 19일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뮌헨 안보회의 발언을 시작으로 러시아의 안보 우려 존중 및 나토 확장 반대 메시지를 내는 동시에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도 함께 거론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중국이 식량 수입, 군사협력 등으로 긴밀하게 엮인 우크라이나와의 관계 및 대 서방 관계와 함께, 대만 독립에 반대하며 통일을 지향하고 있는 중국의 입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대응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앞세워 대만 문제에 대응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현상 변경 조치를 인정했다가는 대만 문제와 관련한 국제사회 협공의 빌미를 주게 된다는 게 중국의 인식인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중국은 당분간 러시아의 안보 우려와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을 동시에 거론하며,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할 공산이 커 보인다.

즉 푸틴 대통령이 DPR과 LPR의 독립을 승인한 것에 대해 중국이 공식적인 지지를 표명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는 것이다.

무엇보다 현지 주민 다수의 민의를 강조하는 러시아 측 논리에 동조했다가는 대만 문제와 관련한 명분 싸움에서 잃을 것이 많기 때문이다. 만약 대만에서 독립 찬반 투표를 실시하는 등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그것을 막을 명분을 약화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중국은 러시아가 중국 견제에 대량 투입해온 미국의 외교·안보 역량을 유럽에 묶어둘 수 있도록 조용히 러시아를 지지할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

이번 사태와 관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논의 과정에서 유엔 차원의 대 러시아 제재가 성사되지 않도록 러시아와 실질적 공조를 하는 한편 러시아산(産) 천연가스 등을 더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등의 지원을 통해 러시아에 버틸 힘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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