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일촉즉발] 침공시엔 서방의 전례 없는 제재

입력 2022-02-22 11:54
[우크라 일촉즉발] 침공시엔 서방의 전례 없는 제재

대대적 금융제재·수출통제 관측…삼성 등 한국기업 여파 여부 주목

2014년 크림반도 합병 땐 '약한 제재' 혹평도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우크라이나 사태에 드리운 전운이 최고조에 이르면서 서방이 러시아의 침공에 대비해 준비해 온 고강도 제재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단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분리 독립 승인에 대한 즉각 제재에 나선 가운데 사태가 한층 악화할 경우 그간 서방이 공언해온 '전례 없는 수준의 가혹한 제재'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분리독립을 선언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지역에 대한 미국인의 신규 투자 및 무역을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은 푸틴 대통령이 분리독립을 선언한 당일 일사천리로 이뤄졌으며 22일엔 추가 제재로 발표될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연합(EU) 역시 분리독립 승인을 '국제법에 대한 노골적 위반'으로 규정하고서 제재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미국은 당장은 유럽 등 동맹과의 조율을 통해 준비해온 고강도 제재를 꺼내 들지는 않는 모습이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돈바스에 병력을 보내기로 한 푸틴 대통령의 결정을 서방의 광범위한 제재 조치로 이어질 침공으로 보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 당국자는 "러시아 병력의 돈바스 이동 자체는 새로운 조치가 아니다. 러시아는 돈바스에 지난 8년간 병력을 두고 있었다. 지금은 좀 더 공공연하고 공개적인 방식으로 하겠다는 결정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로 러시아의 돈바스 침공은 언제라도 가능한 상황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에 대비해 서방은 대대적 금융제재와 수출통제 방안을 조율해왔다.

러시아의 대형 금융기관과 국영기업이 줄줄이 타깃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 기관들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온 푸틴 대통령의 측근들도 상당수 제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직접 제재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우크라이나 침공 시 푸틴 대통령에 대한 개인 제재도 이뤄지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그걸 보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첨단기술 등에 대한 수출통제는 러시아의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수출통제가 단행되면 러시아는 미국의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와 컴퓨터, 자동차, 가전, 통신장비 등 광범위한 품목을 수입할 수 없게 되는데 이 경우 러시아의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시장에 진출한 삼성 등 한국 기업에도 여파가 있을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이미 미국은 유럽은 물론 자국 내 반도체 업계 등과의 조율을 토대로 수출통제 조치를 준비해왔으며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상대로 실시됐던 수출통제 조치가 적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다만, 유력 카드로 거론돼 왔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퇴출은 초기 제재에는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이란·북한 제재에 준하는 고강도 제재다.

미국은 자국 금융기관을 이용한 러시아 금융기관의 국제결제 업무를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수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천연가스와 석유 등 에너지 역시 초기 제재에는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세계 금융·에너지 시장에 미칠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되는데, 미국은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있다"며 러시아를 강력하게 압박해왔다.

하지만 독일과 러시아를 직결하는 가스관인 '노르트 스트림-2'는 제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가스관은 이미 건립됐지만 독일 등 유럽 당국의 허가를 받지 못했다.

카를 네 함머 오스트리아 총리는 "노르트 스트림-2의 승인 중단은 EU의 제재 패키지 안에 들어 있다"고 언급했다.

서방의 이러한 고강도 제재 압박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합병 사태를 반면교사 삼은 것이기도 한 측면이 있다.

미국과 유럽은 2014년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합병했을 당시 러시아 고위 정치인과 정부 관료를 비롯한 푸틴 대통령 측근과 '뱅크 로시야' 등의 금융기관을 상대로 여러 차례 제재를 단행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고 제재 명단에 오른 유력 인사 중에도 실세로 꼽히는 이들이 거의 없어 '이빨 빠진 제재'라는 혹평이 나왔다. 푸틴 대통령 역시 보복 제재를 단행하며 강경하게 맞섰다.

이 때문에 미국은 이번엔 유럽과의 조율을 토대로 시작부터 러시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강력한 수준의 제재를 단행할 것이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억지에 애를 써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 미국보다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독일 등 유럽 국가들과의 조율이 관건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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