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임신 24주 이전 낙태는 처벌 않기로…"역사적 결정"
최고법원, 형법서 임신 초기 낙태 처벌 규정에 없애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남미 콜롬비아가 임신 24주까지의 낙태를 처벌하지 않기로 판결했다.
콜롬비아 최고 법원인 헌법재판소는 21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앞으로 임신 24주 이후에 행해진 낙태만 처벌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법원은 정부와 의회에 이른 시일 내에 관련 정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결정은 재판관 5명의 찬성과 4명의 반대로 이뤄졌다고 현지 일간 엘티엠포는 전했다.
엘티엠포는 "역사적인 결정"이라며 "이제 앞으로 콜롬비아에서 임신 6개월까지의 낙태는 합법이며 그 이후엔 2006년 발효된 규정이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콜롬비아는 지난 2006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산모의 목숨이나 건강이 위태로운 경우, 태아가 생존이 어려운 심각한 기형을 지닌 경우, 성폭행이나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인 경우에 기간에 상관없이 낙태를 허용해왔다.
이 세 가지 경우를 제외한 다른 경우의 낙태는 불법으로, 징역 16∼54개월의 처벌을 받았다.
이번 비(非)범죄화 판결을 끌어낸 시민단체 '정당한 이유'(Causa Justa)는 법원의 결정이 나온 이후 "우리가 해냈다. 형법에서 임신 24주 이내의 낙태 처벌 규정을 없앴다"고 환호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2006년 이후 지금까지 350명가량의 여성이 낙태로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이중 80%는 18세 미만이었다.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여성들은 처벌을 피하기 위해 음지에서 이뤄지는 불법 낙태 시술에 의존해왔고, 한해 70명가량의 여성들이 이러한 불법 시술 탓에 목숨을 잃었다.
콜롬비아의 이번 결정이 중남미 다른 국가의 낙태 합법화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가톨릭 인구가 많고 전통적으로 가톨릭의 영향력이 큰 중남미 지역에선 아르헨티나와 쿠바, 우루과이, 가이아나, 그리고 멕시코의 일부 주에서만 임신 초기 낙태가 합법적으로 허용된다.
나머지 여러 국가는 성폭행 임신이나 임신부가 위험한 경우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 낙태를 허용하고,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온두라스 등은 어떠한 예외도 없이 낙태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국이기도 한 아르헨티나가 지난 2020년 말 낙태를 합법화하고, 멕시코 대법원도 지난해 낙태 비범죄화를 결정하는 등 최근 중남미 낙태 허용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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