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세 영국 여왕 코로나19 확진…"가볍고 감기 같은 증상"(종합2보)
코로나19 재감염 찰스 왕세자와 이달 초 접촉
존슨 총리 "빠른 쾌유 기원"…올림픽 금메달 컬링팀에 축하 메시지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95세 고령의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영국 왕실은 20일(현지시간) 여왕이 코로나19로 경증이면서 감기 같은 증상을 겪고 있으며 이번 주에 윈저성에서 가벼운 업무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왕실은 여왕이 치료를 계속 받고 모든 적절한 지침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여왕은 지난해 10월 부스터샷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BBC와 스카이뉴스 등 영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여왕은 이달 초 코로나19에 재감염된 찰스 왕세자와 접촉했다.
73세인 찰스 왕세자는 10일 정기 검사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뒤 자가격리를 했고, 지금은 활동을 재개한 상태다.
여왕과는 확진 이틀 전 윈저성에서 대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왕실은 여왕의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공개하지 않았다.
찰스 왕세자의 부인인 커밀라 파커 볼스(74)도 처음엔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14일에는 결국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윈저성 직원들 사이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여럿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왕은 즉위 70주년 전날인 5일 샌드링엄 별장에서 지역 봉사단체 회원 등을 만났다. 석 달여 만에 처음으로 비교적 큰 규모의 외부 대면 행사에 참석한 것이었다.
최근에도 소규모 대면 일정은 소화했고 이날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여자 컬링팀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고령인 여왕의 건강은 작년 가을 이후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에 감염되자 우려가 크다.
여왕은 작년 10월 19일 저녁 윈저성에서 주최한 글로벌 투자 정상회의 리셉션에서 1시간가량 지팡이도 없이 서서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 빌 게이츠 등을 만났다가 다음 날 런던 시내 한 병원에 하루 입원했다.
이후 의료진 휴식 권고를 이유로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리셉션 등 대면 행사엔 참석하지 않았다.
작년 11월 참전용사 추모행사도 허리를 삐끗해서 얼굴을 비추지 못했고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성탄절 전 가족 오찬도 취소했다.
AP통신은 여왕이 최근 건강 우려에도 불구하고 움직임이 자유로웠고 지팡이는 걸을 때보다는 서 있을 때 몸을 지탱하는 용도로 쓰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트위터에 여왕이 신속하게 쾌유해서 활기차고 건강한 상태로 빨리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스트 앙글리아대 폴 헌터 교수는 여왕이 항바이러스제를 처방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왕은 지난주 자식들 문제로 꽤 골치를 썩이었다. 차남인 앤드루 왕자가 미성년자 성매매 의혹과 관련해 고소인과 합의를 하면서 여론이 악화됐다. 배상금을 세금으로 내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으며 '요크 공작'이라는 작위까지 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찰스 왕세자도 자신의 재단에 거액 기부한 사우디 기업인에게 작위와 시민권을 알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여왕은 4월 생일이 지나면 96세가 되고 6월에는 즉위 70주년 기념 공식 행사가 예정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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