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세수호황 끝나면 눈덩이 재정악화 감당할 수 있겠나
(서울=연합뉴스) 지난해 우리나라의 통합재정수지가 30조 원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계됐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첫해인 2020년 71조2천억 원 적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지난해 2차 추경 당시 전망했던 90조 3천억 원 적자보다 60조 원가량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그리 좋아할 일이 아니다. 지난해 국세 수입은 344조 1천억 원으로 2차 추경 예산 전망 대비 29조 8천억 원, 본예산 전망 대비 61조 4천억 원이 더 들어왔다. 세수 증가분 가운데 양도소득세(36조7천억 원)가 2차 추경 대비 11조2천억 원 더 걷히면서 가장 큰 폭으로 늘었고, 여기에 종부세와 증여세 등 부동산 관련 세수를 합하면 전년 대비 17조2천억 원이 증가했다. 또 증권거래가 활황을 이어가면서 증권거래세도 2조 원 가까이 증가했고, 경기회복세로 인해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도 각각 4조8천억 원, 1조9천억 원씩 늘었다. 결국 부동산ㆍ주가 등 자산시장의 폭등으로 본의 아닌 세수 호황을 누린 덕분에 역대 최대규모 재정지출(600조 원)에도 불구하고 적자 폭이 그나마 30조 원대에 그친 것으로 봐야 한다. 정부도 "지난해의 경우 경제지표가 급변하고 세수가 급증하면서 세수 추계 모형의 설명력이 저하되는 특수한 시기였다"고 인정할 정도다.
코로나 사태 이후 2년간 우리나라의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최소 100조 원을 넘어섰다. 문제는 올해부터다. 정부는 14조 원 상당의 1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올해 역시 68조1천억 원의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했다. 대선 이후 공약 사업 이행을 위한 대규모 추경까지 고려하면 적자 폭은 올해 100조 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코로나 사태 3년이 되는 내년 초에는 적자 규모가 200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얘기다. 재정 수지 적자는 세수 확보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초부터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얼어붙었고, 우크라이나 위기 등으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지난해와 같은 세수 호황을 기대하기는 실질적으로 어렵다고 전망한다. 이런 추세라면 오히려 세수가 전망치(343조4천억 원)를 밑돌아 세수 결손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수 호황이 끝난다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수지 악화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가채무 역시 심각하다. 지난해 국가채무는 939조1천억 원으로 추산돼 코로나 사태 이전인 699조 원과 비교하면 240조1천억 원이 늘어났다. 재정은 세금과 빚으로 움직인다. 통합재정수지 적자와 국가채무 추이를 보면 재정 악화의 심각성은 부인하기 어렵다. 상황이 이런데도 주요 정당 대선후보들은 돈 풀기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내놓은 국정 공약 270여 개를 이행하는 데 300조 원 이상의 재원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국정 공약 200개 이행을 위해 266조 원 규모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대다수 공약의 재원 조달 방안이 지출 구조조정 외에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추가 세수가 확보되지 않으면 차기 정부의 공약 이행을 위해서는 국채 발행밖에 없는데도 증세를 제시한 후보는 한 명도 없다. 빚을 계속 늘리겠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대규모 유동성과 글로벌 공급망 교란으로 곳곳에서 물가가 치솟는다고 아우성이다. 그런데 국채를 더 발행해 유동성을 계속 늘려나간다면 재정 악화와 인플레이션으로 나라 경제는 코로나 이후에 더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차기 리더십이 누가 되건 선거 직후 인수위에 국가재정 위기 타개를 위한 태스크포스라도 구성해 재정 악화를 막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