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검문소서 민간인 잇단 피살…탈레반, 공포 조장

입력 2022-02-20 11:35
아프간 검문소서 민간인 잇단 피살…탈레반, 공포 조장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탈레반이 재집권한 뒤 아프가니스탄 전역의 검문소에서 잇달아 민간인들이 사살됐고, 이는 대중에게 공포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20일 톨로뉴스와 dpa통신에 따르면 전날 칸다하르시에서 탈레반 대원이 검문에 제대로 응하지 않은 릭샤(삼륜차)에 총격을 가해 여성 1명이 숨지고, 다른 2명이 다쳤다.

탈레반 관계자는 "차량 운전자가 멈추라는 명령을 어기고 검문에 제대로 응하지 않아 발포가 이뤄졌다"며 "관련자들을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18일에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수도 카불의 검문소에서 탈레반 대원의 명령을 따르지 않은 의사 1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

작년 12월부터 헤라트, 발흐, 바다흐샨 등의 검문소에서 최소 6건의 유사 사건이 발생했다.

검문 불응 등을 이유로 탈레반 대원의 총에 맞아 죽은 희생자에는 택시 운전사부터 젊은 남녀, 어린이까지 포함됐다.

이처럼 탈레반이 작년 8월 15일 재집권한 뒤 전국적으로 민간인 임의 체포와 사법 절차를 밟지 않은 처형, 총살이 매일 발생하고 있다고 dpa통신은 전했다.

아프간 군사정치 전문가 아사둘라 나딤은 "이러한 사건들은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탈레반의 의도가 담겨 있다"며 "의도적으로 공포 분위기를 만들어 시민들이 순종하게 만드는 전술"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아프간에서는 탈레반 재집권 후 언론인과 여성 인권 운동가 등이 갑자기 실종되는 일이 벌어졌다.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는 이달 초 보고서를 통해 아프간 언론 종사자 최소 50명이 경찰이나 탈레반 정보기관에 체포되거나 구금됐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국제사회의 압력이 커지자 최근 들어 구금자들을 잇달아 풀어주고, 여성 언론인들의 활동 보장과 정부 차원의 언론 불간섭 원칙을 제시하는 등 유화책을 내놓았지만, 공포 분위기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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