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대만, 중국 유니폼 입은 스케이트 선수 '처분'

입력 2022-02-20 10:16
수정 2022-02-20 10:17
[올림픽] 대만, 중국 유니폼 입은 스케이트 선수 '처분'

쑤전창 행정원장 "국대는 언행 신중해야"…조사 공식 지시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베이징 동계올림픽 현장에서 중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훈련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논란에 휩싸였던 스피드 스케이트 대만 국가대표가 대만 정부 차원의 '처분'을 받게 될 전망이다.

20일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쑤전창(蘇貞昌) 대만 행정원장(총리)은 전날 국가대표팀 구성원은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면서 스케이트 선수 황위팅(黃郁?)의 '부당한 행동'에 대한 조사 및 '적절한 처분'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뤄빙청(羅秉成) 행정원 대변인은 "황위팅이 중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영상을 올린 것과 그 이후의 발언은 민중이 국가대표 선수의 행동으로 기대하는 바에 부합하지 않았다"며 "대외적으로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팀 구성원의 일거수일투족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는 만큼 언행에 신중하고 국가의 존엄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황위팅은 베이징 올림픽 개막 직전 인스타그램에 '차이니스 타이베이'(Chinese Taipei)로 표시된 대만 대표팀 유니폼이 아닌 중국 대표팀의 유니폼을 입고 훈련하는 자기 모습이 담긴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이 대만에서 논란을 낳자 황위팅은 오랫동안 교류해온 친한 중국 선수로부터 이 유니폼을 선물로 받아 입은 것이라면서 "스포츠에는 국경이 없다"고 말하고 자기가 싫으면 응원하지 말라는 식으로 대응했는데 이로 인해 대만 내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국제 스포츠 행사에서 친한 선수들이 서로 유니폼을 바꿔입는 일들은 종종 있는 일이지만 대만과 중국이 오랜 분단 상태에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중국의 침공 우려가 거론될 정도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가 크게 악화한 상황이어서 많은 대만인에게 황위팅의 행동은 '배반'처럼 느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황위팅이 중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것은 '중화민국'이라는 정식 국호가 아닌 '차이니스 타이베이'라는 이름으로만 올림픽 등 국제 대회에서 출전해야 하는 대만인들의 오랜 '한'을 자극한 측면도 있었다.

1979년 미·중 수교를 계기로 대만은 1981년 이후 올림픽 등 국제스포츠대회에 '차이니스 타이베이'라는 이름으로 출전하고 있다.

대만 정부가 논란이 한창일 때가 아닌 올림픽 폐막에 즈음한 이때 황위팅의 '처분' 계획을 발표한 것은 총 4명밖에 되지 않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대만 대표팀 중 한 명인 황위팅의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기 위한 차원의 선택으로 보인다.

황위팅은 이번 올림픽에서 여자 500m, 1000m, 1500m 세 종목에 출전했지만 모두 20위권 안에 들지 못했다.

그는 지난 12일 500m 경기를 마치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모두 지쳤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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