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상화폐 원화거래소 얼마나 더 나올까
업계, 고팍스·전북은행 실명계좌 계약에 '기대'
은행권은 '관망'…역대급 실적에 위험 회피
(서울=연합뉴스) 김유아 기자 =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고팍스가 전북은행으로부터 실명 입출금 확인 계정(실명계좌)을 발급받는 데에 성공하자, 업계는 이를 시작으로 올해 원화 거래소가 본격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은 자금세탁 등 금융사고 발생 위험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보는 데다 최근 역대급 실적을 올리는 상황이다 보니, 이들을 가상화폐 시장으로 유인할 요소가 아직은 부족하단 지적도 나온다.
20일 가상화폐 업계 등에 따르면 고팍스는 지난 15일 전북은행과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맺고 원화로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원화마켓' 사업자로 전환하기 위한 작업을 현재 진행 중이다.
지난해 9월 24일까지 은행의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한 고팍스 등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20여곳은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가상화폐 간 거래를 지원하는 '코인마켓'만 운영해왔다.
현재 원화마켓을 운영하는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곳으로, 고팍스에 대한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심사가 끝나면 시장은 5대 거래소 체제로 재편될 전망이다.
고팍스는 늦어도 다음 달에는 FIU에 변경신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심사에는 45일가량 소요될 수 있으며, 큰 문제가 없다면 5월 전에는 원화 거래소로의 전환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내 거래소들이 무더기로 원화마켓을 닫은 지 약 5개월 만에 이번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는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있다. 가상화폐를 원화로 직접 출금할 수 있는 원화마켓을 운영해야 많은 이용자를 유치하면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거래소 입장에서는 실명계좌 발급이 필수적이다.
한 코인마켓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들이 당국으로부터 가상자산사업자 자격을 획득했고,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이행하고 있어 과거보다 리스크는 줄었다"라면서 "올해 안에 4곳 정도는 실명계좌를 추가로 발급받을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소식으로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우려가 컸던 분위기는 전환됐다고 본다"라고 거들었다.
다만 은행들 사이에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최근 가상화폐 시장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이용자들을 끌어모을 매력은 떨어진 반면 자금세탁 등 금융사고 위험은 여전하다는 이유다.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자금세탁과 같은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거래소뿐만 아니라 실명계좌를 발급한 은행 역시 책임져야 한다.
지난해 실명계좌 발급을 추진했던 한 지방은행의 관계자는 "현재로선 거래소와의 계약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라면서 "가상화폐 관련 보안에 대한 검증도 아직 부족한 단계라 판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와의 계약을 통해 이용자 수를 폭발적으로 늘린 케이뱅크의 성공적인 사례는 최근 은행권의 사상 최대 실적에 가려지는 모양새다.
이미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은행들이 금융사고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가상화폐 시장에 진출해 이익을 추구할 필요성은 적어졌다는 것이다.
시중은행과 인터넷 전문은행뿐만 아니라 부산·대구·광주은행 등 일부 지방은행들은 지난해 역대급 순익을 거뒀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선 은행들이 실명계좌를 수월하게 발급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6개 코인마켓 거래소가 가입한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는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라도 은행들의 실명계좌 발급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은행의 적극적인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 가상화폐 산업 경쟁력부터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실명계좌 발급으로 은행에 어떤 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라면서 "가상화폐와 관련한 전문적이고 다양한 상품들을 취급해야 시장도 넓어지고 유입되는 은행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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