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괴물, 사흘에 한 번꼴로 韓기업 공격…주요 타깃은 삼성전자

입력 2022-02-20 06:01
특허괴물, 사흘에 한 번꼴로 韓기업 공격…주요 타깃은 삼성전자

미국서 한국기업 대상 NPE 소송 증가세…작년 1~3분기에만 130건

소송 취하 조건으로 합의금 받아…삼성전자 "대응능력 강화할 것"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소위 '특허괴물'로 불리는 특허관리전문회사(NPE)가 미국에서 사흘에 한 번꼴로 한국기업을 공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괴물은 소송 취하를 조건으로 합의금을 뜯어내기 위해 특허를 매집해 마구잡이식으로 소송을 벌이는데 미국에서 사업 범위가 넓고 매출 규모도 큰 삼성전자가 주요 공격 대상이 돼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일 통계청 산하 한국지식재산보호원에 따르면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NPE의 소송은 최근 3년간 증가세를 보였다.

NPE는 제품을 생산·판매하지 않고 특허 라이선싱이나 소송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이다. 오로지 소송을 목적으로 특허를 매집해 특허 괴물이라고도 불린다.

우리나라 기업이 미국에서 NPE로부터 피소된 사건은 2019년 90건에서 2020년 111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의 경우 통계가 집계된 3분기까지만 해도 총 130건으로 전년보다 크게 늘었다.

NPE 기업들이 사흘에 한 번꼴로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특허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셈인데 공격 대상은 대부분이 미국에서 활동하는 대기업이다.



2020년 NPE의 한국기업 대상 소송 111건 중 105건이 대기업에 집중됐는데 기술 분야로는 컴퓨터 기술 및 반도체 등 전기·전자 분야 58건, 정보통신 44건, 장치산업 9건 등이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부터 스마트폰, TV·가전까지 사업 범위가 넓고 미국에서 매출도 커 국내 기업 중 NPE로부터 가장 많은 공격을 당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5년간 미국에서만 300건이 넘은 NPE 특허침해 소송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삼성전자가 당한 대표적인 NPE 공격은 시너지IP가 지난해 11월 제기한 특허소송이다. 시너지IP는 무선 이어폰 및 음성 인식 관련 특허 10건이 무단 침해를 당했다며 삼성전자를 상대로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삼성전자 IP센터장으로서 특허 업무를 전담해왔던 안승호 삼성전자 전 부사장이 퇴사 후 친정을 상대로 제기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시너지IP는 엔지니어 출신 미국 특허변호사 안 전 부사장이 세운 NPE로, 현재 그가 대표를 맡고 있다.

이에 대응해 삼성전자는 안 전 부사장이 삼성전자에서 취득한 영업비밀을 도용하고 신의성실 의무를 위반했다며 텍사스 동부법원에 맞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에 굴하지 않고 시너지IP는 이달 14일 삼성전자를 상대로 4건의 특허침해 소송을 추가로 제기했다.

이외에도 솔라스 OLED와 5G IP홀딩스, 비숍디스플레이테크 등 다수의 글로벌 NPE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도 진행 중이다.

미국 내 특허 침해소송은 소송 제기 후 종결까지 평균적으로 2~3년이 소요된다. 기업들은 해외 재판 비용과 패소 시 판매금지 조치 등 리스크를 고려해 로열티를 주고 합의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허 괴물들은 이를 노리고 마구잡이식으로 대기업에 특허소송을 제기한다.



삼성전자는 해외로펌 분쟁 전문가, 전담 IP 변호사 등 전문인력을 수시로 확충하며 대응 능력을 키우는 한편 특허소송을 무력화하기 위해 자체적인 특허권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까지 미국과 한국에서 각각 6천418건, 6천32건의 특허를 취득해 세계적으로 총 21만1천160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주로 발생하는 특허 소송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체 특허의 절반에 가까운 8만2천437건의 특허를 미국에서 취득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늘어나는 NPE 특허침해 소송에 대해 "질적·양적 측면에서 특허출원과 등록을 확대하고, 특허 전문인력을 확충하며 특허 대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식재산권 보호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개 언급도 최근 삼성에서 이례적으로 나왔다.

솔라드 OLED 등 NPE 업체로부터 공격을 받았던 삼성디스플레이 최권영 부사장은 지난달 컨퍼런스콜에서 "정당한 기술을 사용하고 그 가치를 보호하는 일은 고객사와 소비자들에 대한 저희의 의무과 책임"이라며 "전체 임직원의 노력으로 쌓아 올린 지적재산권을 정당하게 인정받고 보상받을 수 있도록 다각적이고 심도 있는 방안들을 강구하는 중"이라고 언급했다.

k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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