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지시에 홍콩 '화들짝'…선거 연기·방역 한목소리
부동산업계 서둘러 호텔·부지 제공…방역 홍보대사도 선정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코로나19를 통제하라'고 지시하자마자 홍콩이 행정장관 선거 연기를 발표하는 등 재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재계는 너도나도 격리용 호텔과 부지를 내놓겠다고 발표했고, 중국 당국과 지방정부도 즉시 홍콩 지원에 나섰다.
정계는 이구동성 '선거 연기는 잘한 일'이라고 말했고, 아이돌 그룹이 곧바로 방역 홍보대사로 임명됐다.
◇ 행정장관 선거 연기…입법회 선거 이어 코로나로 정치일정 차질 2번째 사례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 18일 저녁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 확산 상황이 엄중하다"며 "긴급상황 조례 규정에 따라 행정장관 선거를 5월 8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애초 선거는 다음 달 27일 치러질 예정이었다.
람 장관은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행정장관 선거는 선거위원회(1천463명)에 의한 간접 선거인 만큼 예정대로 치를 것"이라고 했으나 시 주석의 지시가 나온 지 이틀 만에 연기를 발표했다.
앞서 지난 16일 홍콩 친중 매체 대공보와 문회보는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시 주석이 홍콩 정부에 코로나19 방역이 최우선이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상황을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하고 안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선거 연기 발표 직후 중국 정부의 홍콩 업무를 총괄하는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HKMAO)과 중국 정부의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은 잇달아 성명을 통해 "홍콩의 전반적인 이익에 부합하는 결정"이라며 지지했다.
행정장관 선거 출마 후보로 거론되는 레지나 입(葉劉淑儀) 신민당 주석도 "후보자 등록을 받기 전에 선거를 연기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거 연기로 차기 행정부의 준비 기간이 줄어들 것이라는 지적에 "출마를 준비하는 사람은 이미 행정부 조각에 대해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일축했다.
람 장관는 6월 30일까지인 자신의 임기가 선거 연기로 연장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홍콩에서 선거가 연기되는 것은 두 번째다.
홍콩은 앞서 2020년 9월로 예정됐던 입법회 선거를 한 달 전 전격 연기했다. 해당 선거는 15개월 후인 지난해 12월 치러졌다.
당시에는 홍콩의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0∼150명 나올 때였다.
현재 홍콩에서는 지난 17일 6천 명이 넘는 등 당시보다 수십배 많은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예비 확진자까지 포함하면 최근 사흘 연속으로 일일 환자가 1만 명이 넘었다.
◇ "시 주석의 중요한 지시에 따라"…재계 앞다퉈 호텔·부지 내놓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9일 "시 주석이 코로나19와의 싸움을 최우선 순위로 두라고 하자마자 홍콩 전체가 방역 노력을 강화하느라 분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람 장관은 선거 연기를 발표하면서 "우리는 주의를 흐트러뜨려서는 안 되고 실수를 해서 안 된다. 이는 시 주석의 중요한 지시에 따른 것"이라며 코로나19 통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별도로 "충분한 격리시설 등 여건이 마련되면 전 시민 대상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뤄후이닝(駱惠寧) 중련판 주임이 지난 17일 주재한 온라인 회의에서 재계 지도자들은 방역과 관련해 16가지 대책을 도출했다.
부동산 기업들은 자신들이 소유한 호텔과 신규 공공임대 주택을 격리 시설로 내놓았고, 코로나19 임시 병원 건립 등을 위해 부지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재계는 홍콩 인기 아이돌그룹 '미러'를 방역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신속 항원 검사 키트의 충분한 수급과 식료품 공급 안정에 힘을 쏟겠다고 약속했다.
또 의료계에서는 병실 부족 사태 속에 코로나19 환자들이 이동식 침대에 누운 채 병원 바깥에서 대기하는 상황을 신속히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SCMP는 "코로나19 환자 1만여 명이 병상 대기 중이라는 보도와 수십 명이 병원 바깥에서 대기하는 광경에 중국 정부가 매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전날 홍콩 정부는 호텔 객실 2만 개와 임대주택 3천 호가 격리 시설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샤바오룽(夏寶龍) 홍콩·마카오 판공실 주임은 시 주석의 지시가 보도된 직후 광둥성 선전에서 중국 관리들을 소집해 홍콩의 방역 지원에 관한 회의를 주재했다.
해당 회의에서는 홍콩 방역에 대한 분야별 중국 측 책임자가 정해졌으며, 광둥성 정부도 별도의 회의를 통해 홍콩에 대한 지원책을 결정했다고 명보가 전했다.
명보는 학자들을 인용, "중앙 정부가 홍콩에 공개적으로 분명하고 직접적인 지시를 내린 것은 이례적인데, 이는 홍콩의 심각한 상황과 중앙 정부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바깥세상에서는 홍콩의 방역 모델에 주목하면서 일부 서방 매체는 홍콩이 '위드 코로나'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홍콩은 인구 밀도가 높고 개방된 도시로 해외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될 위험이 매우 높아 '위드 코로나'를 할 경우 그 결과는 감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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