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정 지도부, 대거 여성 치마 착용 왜?…시민들 '갸웃'
공문으로도 지시…10여 년 전 나온 '여성이 집권' 점괘 여전히 의식?
11년 전 군정 '데자뷔'에 시민들 "그렇게 자신 없는데 왜…"수군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미얀마 쿠데타 군사정부 수뇌부가 최근 국경일 행사에서 대거 여성용 치마를 입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얀마 국민들 사이에서 수군거림이 나오고 있다
최근 관영 신문인 '글로벌 뉴라이트 오브 미얀마'에는 지난 12일 유니언 데이 당시 만찬 행사에서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 등 군 수뇌부가 여성용 치마를 입은 사진이 올라왔다.
유니언 데이는 소수민족과 단일 독립국을 건설하자는 합의를 끌어낸 것을 기념하는 국경일이다.
미얀마 전통 복장은 남자와 여자 모두 치마지만, 남자 치마는 '론지'라고 불리며 화려하지 않은 평범한 무늬의 어두운색이 대부분이다.
이와 비교해 '타메인'이라 불리는 여성 치마는 화려한 무늬의 밝은색을 띠고 있다.
이와 관련, SNS에 나도는 종교문화부의 지난 9일자 공문은 유니언 데이 오전 공식 행사와 오후 만찬 때 의상 코드를 달리 설정했다.
공문은 "만찬 때는 여성용 무늬가 들어간 화려한 색의 하의와 슬리퍼를 신어야 한다"고 적시했다.
군정 수뇌부가 행사에서 여성용 치마를 입은 이유는 정확하지 않다.
그러나 적지 않은 미얀마 국민은 군부가 11년 전의 미신 및 점괘를 숭배한 데서 비롯된 일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2011년 유니언 데이 기념식에서도 당시 딴 쉐 국가평화발전위원회 의장 이하 군부 고위 인사들이 타메인 복장으로 나타나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여러 추측이 나왔지만, 당시 한 점쟁이가 '앞으로 여성이 정권을 잡는다'는 점괘를 내놓은 것과 상관이 있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가택 연금에도 높은 대중적 지지를 받던 아웅산 수치가 향후 정권을 잡을 거라는 예언이라는 해석 속에서, 이에 신경이 쓰인 군부가 점괘가 실현된 것으로 '속이는' 차원에서 여성 치마를 대거 동시에 입고 나온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런데 11년이 지난 뒤에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부가 자신들이 가택 연금 중인 수치 고문의 영향력이 여전히 두려워 이번에도 타메인을 입었을 거라는 반응이 SNS에서 회자됐다.
한 네티즌은 "공문으로 미신 행위를 지시하다니 너무 한심하다"고 비꼬았다.
민 텟(41·가명)씨는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군부가 양곤에서 오토바이 통행을 금지한 것이나 차량 통행 방향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바꾼 것 모두 점괘에 따른 것으로 시민들은 믿고 있다"며 "그렇게 자신 없는데 왜 정권을 잡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회사원인 민 쏘 나잉(45·가명)도 "국가를 운영한다는 사람들이 10여 년 전 자기 선배들이 했던 미신 행위를 똑같이 따라 하고 있으니 한심하다"고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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