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美 뒷마당' 중남미 공략법…"지방정부부터 관계 쌓기"
블룸버그 "중앙 대신 지방에 직접 접근…미국의 대응 어렵게 해"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남미 브라질과 칠레, 페루의 최대 교역 파트너는 지구 반대편 중국이다.
중국이 미국의 견제를 뚫고 중남미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었던 데에는 지방정부부터 공략해 경제적 통제를 확대·강화한 접근법이 자리 잡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8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중국이 오랫동안 '미국의 뒷마당'으로 불려온 중남미 지역에 공을 들인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중남미 각국이 유럽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뒤 미국은 먼로주의를 통해 사실상 미주 전체가 미국의 영역임을 천명했고, 중남미 각국의 군부 쿠데타를 지원하는 등 중남미 정치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
과도한 개입은 반미 정서를 낳았고, 이는 중국에 기회가 됐다.
특히 1990∼2000년대 중남미 각국에 온건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좌파 정권들이 잇따라 들어선 이른바 '핑크 타이드' 시기 중남미에 대한 중국의 투자가 더욱 활발해졌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에는 중국이 중남미 중앙정부 대신 지방정부를 공략하는 방향으로 조용한 변화가 이뤄졌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중국과 중국 기업들은 국가 지도자들에 집중하는 대신 아래서부터 관계를 쌓아왔다"며 "지방정부 관리들에 바로 접근하면 간섭주의라는 인상을 덜 주고 미국의 대응도 더 어렵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2019년 12월 주앙 도리아 브라질 상파울루 주지사는 중국 상하이에 무역사무소를 열었다. 중국 출장을 앞두고 미국 관리들이 찾아와 중국 투자를 받지 말 것을 설득했으나 그는 "지방 차원의 결정"이라며 일축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2019년 한 해에만 그를 포함해 8명의 브라질 주지사가 중국에 다녀왔다.
아르헨티나 북부 후후이주도 2014년 일찌감치 중국에 사무소를 열었고, 현재 태양광 발전과 리튬 생산 등에서 중국의 대규모 투자를 받고 있다.
후후이 리튬 연구개발센터의 가브리엘 마르케스는 "아르헨티나 가난한 지역의 주지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전화번호를 갖고 있다"며 중국의 지방정부 접근법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과장을 섞어 말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미국 정부는 중남미 국가들을 향해 중국이 놓은 '부채의 덫'에 걸리지 말라거나, 중국의 기술을 사들이는 것이 보안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당장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 더 시급한 지방정부로서는 이러한 경고가 와닿지 않는다.
브라질의 국제관계 전문가인 올리베르 스투엥켈은 보안 위협 등은 "부자 세계의 문제"라며 "당장 눈앞에 시급한 문제들이 있는데 장기적인 잠재적 부정효과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윌슨센터의 신시아 안슨은 "미국은 어떤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돈에는 돈'으로 본다면 미국은 중국 투자은행의 자금력을 결코 따라갈 수 없을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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