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바스 친러 분리주의 정부, 주민들 러시아로 긴급 대피(종합)
"정부군 공격 위험 증대 때문"…정부군과 전면전 준비 가능성
정부군·반군 교전 지속 와중…푸틴, 돈바스 난민 구호 지시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분리주의 정부가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공격 위험을 이유로 관내 주민들을 러시아로 대피시키기로 했다고 18일(현지시간)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돈바스 난민들에 대한 긴급 지원을 지시했다.
돈바스 지역에 속한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의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은 지난 2014년 러시아가 주민투표 결과를 근거로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반도를 병합한 뒤 자신들도 독립하겠다며 자칭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LPR) 수립을 선포했다.
두 공화국에는 러시아 여권을 받은 러시아 국적자나 러시아 혈통의 주민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 러시아 국적자는 수십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DPR 정부 수장 데니스 푸쉴린은 이날 동영상 담화를 통해 역내 긴장 고조 때문에 주민들을 인접한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주로 대피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침공 가능성 때문에 이러한 조치가 시행됐다면서 "먼저 여성과 아이, 고령자들이 이송 대상"이라고 전했다.
그는 러시아와 합의로 로스토프주에 DPR 주민들을 수용하기 위한 장소가 준비됐다면서 난민들에게 모든 생필품이 지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뒤이어 LPR 정부 수장 레오니트 파세치니크도 관내 주민들에게 최단시일 내에 러시아로 떠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무고한 주민 희생을 피하기 위해 징집대상이 아니고 사회기간시설 근무자가 아닌 주민들은 최단시일 내에 러시아 영토로 떠나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총을 들 수 있는 모든 남자는 정부군과의 싸움에 나서라고 호소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진 뒤 푸틴 대통령은 로스토프주의 지원 요청을 받아들여 돈바스 난민 1인당 1만 루블(약 15만원)씩을 지불하는 조치를 마련하라고 정부에 지시했다고 크렘린궁이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재난당국인 비상사태부 수장 알렉산드르 추프리얀에게 로스토프로 내려가 즉각 난민 지원 조치를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DPR·LPR 공화국의 주민 대피 결정은 지난 16일 저녁부터 두 분리주의 공화국 소속 반군들과 우크라이나 정부군 간에 무력 충돌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뒤 내려졌다.
반군은 정부군이 반군 통제 지역 마을들을 박격포, 유탄발사기, 기관총 등을 동원해 공격했다고 주장했고, 러시아도 이러한 발표를 지지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그러나 오히려 반군이 먼저 정부군 진영을 공격했지만, 도발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대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군은 정부군 공격이 18일에도 계속됐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DPR·LPR 정부의 주민 대피 조치가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정부군과 전면전을 치르기 위한 사전 준비일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에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의 구실을 만들기 위해 돈바스 지역에서 마치 정부군이 반군을 먼저 공격한 것처럼 위장하는 '자작극'을 벌일 수 있다는 경고를 해왔다.
정부군 공격으로 돈바스 지역 러시아인들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러시아가 동포 보호를 명목으로 내걸고 돈바스 지역을 침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해당하는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 올렉시 다닐로프는 17일 자국 TV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 측의 도발이 있다면서 "도발의 목적은 우리가 강력히 대응하면 이를 근거로 우리를 비난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는 도발에 휩쓸리지 않도록 자제력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같은 날 돈바스 지역 반군에 대한 어떤 무력 행동이나 군사작전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돈바스 분쟁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고 항변하는 러시아는 오히려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반군이 통제 중인 지역을 재점령하기 위해 군사행동을 할 수 있다고 계속 경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분리주의 반군은 지난 2015년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열린 '노르망디 형식 정상 회담'(러시아·우크라이나·프랑스·독일 4자 정상회담)을 통해 휴전 협정인 민스크 협정을 체결했으나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돈바스 지역 무력 충돌 격화에 우려를 표명하며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를 방문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지금 (돈바스) 상황 악화를 보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민스크 협정을 이행하고 DPR과 LPR 대표들과 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벌여야 한다고 압박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도 "돈바스 전선(돈바스 지역의 정부군과 분리주의 반군 대치 전선) 상황과 관련 어제와 그저께 민스크 합의(민스크 협정)에서 금지된 무기들을 사용한 발포가 급격히 증가했다는 보도에 대해 아주 많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이날 저녁 DPR 정부 주도인 도네츠크 시내에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폭발은 DPR 정부 청사에서 수십m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으며, 사상자 정보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통신은 전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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