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미중 갈등에 새우 등 터지는 중국 귀화 선수들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중국으로 귀화한 스포츠 스타들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미중 갈등 사이에서 낀 '새우등' 꼴이 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귀화 선수는 한때 양국 우호 관계를 상징했으나 이제는 잘하든 못하든 '조국의 배반자', 또는 '국가의 영웅'으로 극단적인 평가를 동시에 견뎌야 하는 처지가 됐다는 것이다.
스키 프리스타일 여자 빅에어 금메달리스트 에일린 구(중국명 구아이링<谷愛凌>)가 대표적이다.
그가 중국에 금메달을 안기자 현지에서는 그를 '나라의 자랑'으로 떠받들었다.
중국인들은 특히 그의 유창한 '베이징식' 중국어에 열광하고 있다. 만점에 가까웠던 미국 수학능력적성검사(SAT) 점수까지 화제다. 현재 모델 계약을 맺은 브랜드만도 수십 개에 이른다.
반면 미국에서는 그를 향해 '배은망덕하다'는 악평이 나온다. 미국의 대표적 보수 매체 폭스뉴스의 해설자 윌 케인은 그를 향해 "나라(미국)가 그를 키워주고 세계적 선수로 만들어줬는데, 나라를 배신했다"고 비난했다.
그를 향한 중국의 칭송 분위기도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의 편집장 출신인 한 인사는 최근 칼럼에서 "중국의 국가적 영예와 신의를 에일린 구에게 걸 수는 없다"고 했다. 중국의 핏줄을 타고났다는 것만으로 중국계 미국인을 '중국인'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에일린 구의 '국적' 문제가 최대 뇌관이다. 그는 미국 여권을 폐기했느냐는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았지만 제대로 답한 적이 없다. 중국에서는 이중 국적이 허용되지 않는다.
국가주의가 광범위하게 확산한 중국에서 중국인으로 받아들여지려면 중국인의 기대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고 NYT는 분석했다. 이런 기대는 때론 비현실적일 때도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에일린 구처럼 귀화한 중국계 미국인인 베벌리 주(중국명 주이<朱易>)는 그런 기대치에 완전히 미치지 못한 사례다.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그는 이번 올림픽의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무대에서 넘어졌다가 중국 네티즌의 십자포화를 받았다.
주이가 아버지의 영향력 덕분에 중국 출신 선수를 제치고 국가대표 자리를 꿰찼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미국 대학에서 일하던 주이의 아버지는 최근 베이징대학교로 자리를 옮겼다. 이런 의혹 제기에는 물론 아무런 근거가 없었다.
비난이 선을 넘기 시작하면서 중국 당국이 인터넷 검열 장치까지 작동시켜야 했다.
중국계 미국인으로, 현재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훙황 작가는 "한때 (중국인이) 미국인이 되고 싶어하던 시기가 있었다"며 "그러나 양국의 관계가 곤두박질쳤다. 중국인은 이제 자기들에게 손가락질하는 나라의 국민이 되고 싶지 않다고,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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