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홍콩 코로나 통제", 중국서 보도 안하는 이유는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 정부가 코로나19를 통제해야 한다고 한 발언이 홍콩 친중 매체를 통해 보도된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해당 발언이 중국 매체에서는 소개되지 않은 점을 두고 시 주석이 중국인들의 눈치를 본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홍콩 명보는 17일 "보도된 시 주석의 지시는 내용부터 형식까지 이례적"이라며 "신화 통신이나 중국중앙(CC)TV 등 관영 매체가 시 주석의 발언을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채 홍콩 친중 매체를 통해서만 소개된 것은 해당 발언의 청중이 중국 전 국민이 아닌 홍콩에만 국한됐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어 "시 주석이 코로나19와 관련해 특정 지역에 대해 별도의 성명을 발표한 것은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 이후 처음"이라며 "(중국 매체에 소개되지 않은 것은) 아마도 중앙 정부가 본토인들에게 홍콩을 선호한다는 인상을 주기를 꺼렸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전날 홍콩 문회보와 대공보는 "시 주석이 홍콩 정부에 코로나19 방역이 최우선이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상황을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하고 안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 "시 주석은 자신이 홍콩 상황에 우려하고 홍콩 주민들에게 관심이 있음을 한정 부총리가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에게 전달할 것을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두 신문은 시 주석이 언제, 어디에서 그런 발언을 했는지 출처는 밝히지 않았다.
류둥수 홍콩 성시대 조교수는 블룸버그 통신에 "시 주석은 람 장관에게 말할 수 있는 다른 사적인 통로들이 있다. 신문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며 "이는 홍콩 대중을 위한 메시지다. 코로나를 계속해서 통제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결심과 국가 지도자 자신이 상황을 챙기고 있음을 알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람 장관이 다음 달 행정장관 연임 도전 여부에 함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 주석의 지시는 람 장관에 대한 압박을 증대시킨다"고 봤다.
명보는 시 주석이 "홍콩 방역의 주된 책임은 홍콩 정부에 있다"고 강조한 점에 주목하며 "중앙 정부가 선을 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중국의 방역 책임자로, 상황이 심각한 지역을 찾아 지휘하는 쑨춘란(孫春蘭) 부총리가 홍콩을 찾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이어 "중국에서는 신속 항원 검사의 정확성을 의심해 핵산 검사만 인정하고 있지만, 홍콩 정부의 요청에 따라 신속 항원 검사 키트를 제공하기로 한 것 역시 홍콩 정부의 주체적 방역 책임을 존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이와 함께 "시 주석의 발언이나 그에 대한 람 장관과 중국 정부의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의 발언 어디에서도 중국과 홍콩 정부가 강조해 온 '다이내믹 제로 코로나'(動態淸零·둥타이 청링)라는 단어는 언급되지 않았다"며 "이는 방역정책의 변화와 관련이 없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바이러스의 '역동적인 청산'을 강조하는 것이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온라인에는 중국 정부가 홍콩의 방역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의견이 올라오고 있으며, 홍콩이 '위드 코로나'를 하도록 내버려 둬 '제로 코로나'를 포기한 데 따른 결과를 중국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고 명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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