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박사된 탈북민 김성렬씨…"한반도·국제사회 위해 역할"
시라큐스대 맥스웰스쿨 국제관계학 박사 학위 취득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앞으로 연구를 지속해서 한반도와 국제사회를 위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건설사업관리(PM) 회사인 한미글로벌과 사회복지법인 따뜻한동행의 후원으로 미국 뉴욕주 시라큐스대 대학원 맥스웰스쿨(Maxwell School)에서 국제관계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탈북민 출신의 김성렬(37) 씨는 17일 앞으로의 포부를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함경북도 청진 출신인 김씨는 1997년부터 가족과 함께 두만강을 건너 탈북을 시도했지만, 중국에서 붙잡혀 강제 송환된 뒤 옥고를 치르는 등 세 차례나 탈북에 실패했다.
그러다 2004년 9월 마침내 탈북에 성공해 가족과 함께 한국에 정착했다.
북한에서 중학교를 중퇴한 김씨는 한국에서 1년 3개월 만에 검정고시로 초·중·고교 과정을 마치고 한동대 국제학부에 입학했다. 졸업 후에는 연세대 대학원에서 통일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김씨는 애초 해외 유학을 계획했으나 등록금과 생활비를 충당할 자금이 여의치 않았다.
그러던 중 2015년에 처음 만난 김종훈 한미글로벌[053690] 회장이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사회복지법인 따뜻한동행을 통해 선뜻 박사 학위 취득을 위한 유학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나서면서 활로가 열렸다.
그는 2018년 맥스웰스쿨 사회과학부에 합격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 학교 법학대학원을 졸업했다.
김씨는 미국 유학 3년 6개월 만에 '북한의 대미정책-1970년대 친선외교에서 1990년대 공세적 외교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김씨는 북한의 대미 외교 정책을 분석한 박사 논문에서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아시아의 다자적 안보 협의체를 구축하는 것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했다.
탈북민 출신이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특히 미국 대학 인문·사회과학 계열에서 탈북민이 박사 학위를 취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탈북민 출신으로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간 조셉 한 씨가 2016년 미국 텍사스A&M대에서 핵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바 있다.
김씨는 "탈북민 출신의 신진 학자들 모임을 활성화해 남북관계와 한반도 국제 정세에 대해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싶다"며 "탈북민 후배들이 해외 유학에 대한 꿈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디딤돌 역할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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