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도 사생활보호 강화…"안드로이드폰서 이용자 추적 줄일 것"
애플의 아이폰 프라이버시 강화 따른 조치…광고업계에 타격줄 수도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이용자 정보와 활동을 추적하는 것을 제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16일(현지시간) 일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에서 이용자 정보를 추적·수집하는 데 쓰이는 식별자를 개인정보 보호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식별자로 대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경제매체 CNBC가 보도했다.
알파벳과 숫자로 구성된 이 식별자는 각각의 스마트폰에 고유하게 부여돼 있는데 페이스북을 포함한 수십만 개의 앱에는 이 식별자를 통해 이용자의 신원과 온라인 활동을 추적할 수 있는 코드가 심겨 있다.
이 코드는 이용자들이 이런저런 앱을 옮겨 다니며 검색하거나 둘러본 주제, 상품, 콘텐츠를 추적해 이용자의 관심사와 필요 등을 파악한다.
구글은 이를 대체할 새 기술을 업계와 협력해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은 다만 최소한 향후 2년간 현재의 스마트폰 식별자를 계속 지원하고, 변경이 이뤄지기 전 업계에 충분히 공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구글의 이런 조치는 애플이 지난해 4월 아이폰·아이패드 등에 도입한 사생활 보호 강화 조치와 비슷한 것으로, 수십억 대의 모바일 기기를 통해 몰래 데이터를 수집해온 디지털 광고 업계에 큰 여파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의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는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85%를 차지한다.
실제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플랫폼은 애플의 프라이버시 보호 강화로 올해에도 약 100억 달러(약 12조 원)의 매출 손실이 빚어질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WSJ은 구글의 이번 조치가 메타의 재정적 어려움을 더 가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2년의 유예 기간을 둔 것은 안도할 만한 대목이란 지적도 있다. 광고 기술 업계 임원인 아리 파파오는 WSJ에 "2년은 정보기술(IT) 업계에선 영원한 기간이고, 구글은 사실상 2년간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의 그레이엄 머드 부사장도 트위터에 "사생활이 보호되는 개인화된 광고에 대한 이 장기적이고, 협업에 기반을 둔 구글의 접근법을 보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썼다.
애플과 달리 업계와 협업하는 접근법을 취한 데다 장기적 시간표에 따라 도입하겠다고 밝힌 점이 페이스북이 걱정을 덜 하는 이유라고 WSJ은 분석했다.
또한 광고는 구글에도 매출액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수익의 원천이다.
구글은 이에 앞서 2020년 '제3자 쿠키'라고 불리는 웹브라우저의 식별자를 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없애겠다고 밝혔다가 광고 업계의 반발 등으로 일정을 연기한 바 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보안·프라이버시 부사장 앤서니 차베즈는 "프라이버시와 (앱) 개발자들의 사업 구축 가운데 하나를 강제로 선택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차베즈 부사장은 애플이라고 특정하지 않은 채 "다른 플랫폼이 광고 프라이버시에 대해 다른 접근을 취했다는 것을 안다"며 "그런 접근법은 효과적이지 않고 이용자 프라이버시나 개발자 사업에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목표는 효과적이면서 프라이버시를 강화하는 광고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이용자들은 그들의 정보가 보호된다는 것을 알고, 개발자와 기업들은 모바일에서 성공할 도구(툴)를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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