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이어 美도 "우크라서 군대 철수 징후 없어" 러시아 압박
"러시아 주요 부대, 오히려 우크라 국경 향해 가고 있어"
외교 여지 두되 러시아에 가시적인 긴장완화책 촉구
(워싱턴·브뤼셀=연합뉴스) 류지복 김정은 특파원 = 미국 등 서방은 16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서 철군을 시작했다고 발표한 데 대해 "철수 징후가 없다"고 되받아치며 러시아의 가시적 긴장 완화 조처를 압박했다.
러시아가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에 "외교의 문이 열려 있다"고 호응하면서도 당장은 러시아가 군대 철수 등 믿을 만한 조처를 하고 이를 검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MSNBC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어떤 군대 철수도 보지 못했다"면서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따라 매우 위협적인 방식으로 대규모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러시아의 주요 부대가 국경에서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경을 향해 가고 있다며 "우리가 봐야 하는 것은 정확히 그 반대"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의 최근 행동이 북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더욱 단합하고 NATO군이 러시아에 더 가까이 가게 했을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국민이 러시아에서 더 멀어지게 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목표와 달리 오히려 러시아의 국익을 훼손하는 결과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전날 연설에서 러시아의 일부 철군 주장을 검증하지 못했다며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은 매우 높고 우리는 침공 시 단호히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군사 장비를 실은 열차가 이동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까지 공개하며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배치한 군대를 철수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서방이 제기한 우크라이나 침공설을 반박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됐지만, 미국의 입장은 러시아의 주장과 국경지대 현지의 군사 상황이 다르다고 반박하며 러시아의 실질적 철수를 압박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EU와 나토 역시 미국과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그들이 병력을 늘렸다는 것이고 추가 병력이 이동 중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긴장 완화는 없다"라고 말했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연설에서 "지난 이틀간 러시아는 외교에 열려있을 수도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며 "우리는 러시아에 긴장 완화를 향한 구체적이고 실재하는 조처를 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병력을 철수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나토는 아직 어떠한 러시아 병력 축소의 신호도 보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군대 철수 시작과 함께 우크라이나 사태의 외교적 해결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연일 발신하지만, 미국 등 서방은 가시적인 긴장 완화책을 계속 주문하며 러시아 협공을 강화하는 형국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해 이날부터 이틀간 나토 회원국 국방부 장관들과 함께 우크라이나 위기 등에 대해 논의한다.
로이터통신은 나토가 러시아 위협에 대응해 새로운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루마니아, 불가리아, 헝가리아, 슬로바키아에서 4개 전투단에 4천명 규모의 신규 병력을 배치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외교관들을 인용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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