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유대인도 뉴욕한인여성 피살에 분노…"증오는 설 곳 없다"
규탄 집회 동참해 한인과 연대…뉴욕한인회 "더는 참지 않겠다"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미국 뉴욕의 아파트에서 자신의 뒤를 밟은 노숙자의 손에 목숨을 잃은 한국계 여성 크리스티나 유나 리 사건에 아시아계는 물론 다른 소수 인종도 증오범죄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15일(현지시간) 뉴욕한인회가 뉴욕시 맨해튼 차이나타운의 고인 아파트 앞 공원에서 주최한 규탄 집회에는 한인 단체와 정치인뿐 아니라 다수의 흑인·유대인 단체 대표자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뉴욕의 대표적인 유대인 단체 JCRC의 로버트 캐플런 국장은 "우리 사회에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면서 "우리의 아메리칸드림에서 증오의 악몽이 설 자리는 없다"고 말했다.
유대교 성직자(랍비)인 캐플런 국장은 자신의 조부모가 증오를 피해 망명한 난민이었다고 소개하면서 앞서 발생한 주유엔 한국대표부 소속 외교관에 대한 '묻지마 폭행'과 맨해튼 지하철역에서 벌어진 중국계 여성 피살 등도 함께 규탄했다.
저명 흑인 인권운동가 알 샤프턴 목사가 설립한 전국행동네트워크(NAN)의 데릭 퍼킨슨 팀장은 "샤프턴 목사는 모든 형태의 증오에 맞서왔다"면서 "단지 한국계 미국인이 아닌 우리 공동체의 일원을 잃었다"고 애도했다.
흑인 단체 101수츠의 창립자 케빈 리빙스턴은 "우리 사회의 무분별한 폭력에 저항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면서 집회에 참석한 한인들에게 "여러분에게 변함없는 지원을 보낼 것"이라고 약속했다.
백인 남성인 브래드 랜더 뉴욕시 감사원장도 집회에 나와 아시아계 주민들의 불안을 진정시키는 데 주력했다.
이 자리에는 한국계 뉴욕시의원인 줄리 원·린다 이 의원이 참석해 아시아계 여성을 주로 겨냥한 증오범죄를 규탄했다.
집회를 주최한 찰스 윤 뉴욕한인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아시아계 미국인을 겨냥한 증오와 폭력이 늘고 있다"며 "이런 일을 더는 용납할 수 없고 참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러 이 자리에 나왔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지역 정가를 향해 "즉각 행동에 나서서 결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며 "우리는 아파트 밖으로 나가거나 지하철을 탈 때 두려움에 떨지 않아도 되는 안전한 공동체를 원한다"고 말했다.
교민 등 50여 명의 참석자는 집회를 마친 뒤 고인의 아파트 앞으로 이동해 헌화와 묵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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