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서도 가톨릭 사제 성학대 진상조사 압박 고조
피해자들, 독립적 조사 촉구 캠페인 개시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세계 가톨릭의 총본산 교황청이 위치한 이탈리아에서도 교회 내 성 학대 범죄에 대한 진상 조사 압박이 높아지고 있다.
ANSA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 내 관련 피해자들은 15일(현지시간)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어 과거 가톨릭교회에서 발생한 성범죄의 독립적인 진상 조사를 청원하는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캠페인 이름은 '거대한 침묵 넘어'(Beyond the Great Silence)라고 명명됐다.
이들은 이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는 가톨릭교회의 자정 능력을 믿기 어렵다면서 독립적인 진상조사만이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교구와 수도·수녀원 내에 보관된 모든 문서를 개방해 어떤 범죄가 있었는지, 은폐 시도는 없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까지 세상에 드러난 피해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교회가 피해자들의 고발을 지속해서 무시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안토니오 메시나라는 이름의 28세 청년은 미성년자일 당시 사제품을 앞둔 신학생에 의해 반복적으로 성 학대를 당했으나 해당 교회는 자신에게 침묵만을 강요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교회는 자체적으로 절대 이 문제를 다룰 수 없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들의 이러한 조직적인 움직임은 이탈리아주교회의(CEI)가 오는 5월 관련 조사에 착수할지,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를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어서 주목을 받는다. 이탈리아 가톨릭교회에는 상당한 압박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주교회의가 조사 개시를 결정한다면 독일과 프랑스에서처럼 교회가 독립적인 기관이나 별도로 구성된 위원회에 전권을 위임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프랑스에서는 1950∼2020년 70년간 가톨릭교회 안팎에서 미성년자 33만명이 성 학대 피해를 봤다는 독립조사위원회 보고서가 작년 10월 공개돼 큰 파문이 일었다.
독일에서도 1946∼2014년 사이 성직자 1천670명이 성 학대 범죄를 저질렀으며, 그 피해자 수는 3천677명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2018년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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