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훈련병력 철수에 우크라 위기 새국면…서방, 여전히 경계

입력 2022-02-15 22:07
러 훈련병력 철수에 우크라 위기 새국면…서방, 여전히 경계

러 "예정대로 복귀…서방과 대화 계속" 우크라 침공설에 '정보 작전'

나토 "조심스럽게 낙관하지만 긴장완화 신호 없어"

영 "침공 가능성 매우 커", 미국은 대사관 이전



(모스크바·서울=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김연숙 기자 = 15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두고 전세계가 숨죽이며 지켜보는 가운데 러시아가 일부 군병력을 철수한다고 밝히면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미국이 러시아가 침공하는 'D-데이'로 지목한 16일을 하루 앞둔 시점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에 배치했던 부대 일부가 본진으로 복귀하고 있다고 발표하면서 처음으로 긴장을 완화하는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서방에서는 러시아가 당장이라도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며 경계를 풀지 않으면서 유럽의 안보 위기에 러시아의 병력 철수가 어떤 효과를 낼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 러 "일부 병력 원위치…서방의 전쟁설은 히스테리"

이고리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낸 성명에서 임무를 완수한 남부군관구와 서부군관구 소속 부대들이 훈련을 마치고 열차와 차량을 장비에 싣기 시작했다며 원래 주둔 부대로 복귀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복귀하는 전차 등을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배포했다.

코나셴코프 대변인은 철수한 일부를 제외한 다른 병력은 각 지역에서 기존 계획대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신들은 어디에서 병력이 얼마나 철수한 것인지, 어떤 영향이 있을지 현재로선 확실치 않다면서도 러시아군의 군병력 감소 발표는 최근 몇 주간 처음이라고 전했다.

러시아는 군 훈련을 명분으로 우크라이나 국경 주변에 병력을 집결하면서도 예정된 훈련이 끝나면 복귀한다고 했지만 서방은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이번 병력 복귀가 최고조에 우크라이나 위기 속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정상회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오간 유럽 지도자들의 '셔틀 외교'가 막판에 성과를 거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온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일부 러시아 병력의 재배치 혹은 기만 전략 아니냐는 의심도 남아있다.

우크라이나 주변을 병력으로 포위하며 긴장 수위를 높였던 러시아는 대외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침공설을 일관되게 부인해왔다.

크렘린궁은 미국이 제기하는 러시아의 침공설은 '근거없는 히스테리'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서방세계가 서로의 우려를 차분히 논의하는 것을 선호할 것"이라며 "긴장을 더 고조하는 '정보작전'을 보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 영 "당장 침공해 키예프 덮칠수도"…미, 대사관 서부로 이전

그러나 서방에서는 러시아에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은 자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여전히 매우 큰 상태로 당장이라도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러스 장관은 러시아의 표적은 수도 키예프로 확신한다며, 러시아 군대가 국경을 넘으면 키예프까지 빠르게 덮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도 경계를 풀지 않고 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라브로프 장관의 발언과 관련, 대화 여지를 남겨둔 것에 주목한다면서도 '긴장완화를 위한 가시적이고 실질적인 징후'가 없다고 평가했다.

국무부는 또 키예프에 있는 대사관을 폐쇄하고 서부지역으로 이전했다. 우크라이나의 국경에서 러시아의 군사력 증강이 급격히 가속화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15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 루간스크주) 지역을 독립국으로 승인한다면 우크라이나의 영토 주권을 다시 한번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표면적으로 외교를 강조하는 러시아의 발표에 '조심스럽게 낙관한다'면서도 긴장완화의 신호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블라디미르 치조프 유럽연합(EU) 주재 러시아 대사는 "우리가 도발을 당하지 않는 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우크라이나인이 러시아를 상대로 공격에 나선다면 우리가 반격한다고 해도 놀라선 안 된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구실을 만들기 위해 돈바스 등지에서 자국민이 피해를 보는 장면을 연출하는 등 위장 작전을 펼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상황에서 당국자가 대응 경고를 내놓은 것이다.



◇ 외교노력 지속…숄츠·푸틴 16일 회담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외교적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은 그치지 않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14일 전화통화를 하고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했다. 두 정상은 외교를 위한 기회의 창이 남아있다는 점에 뜻을 모았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각각 통화를 하고 평화적 사태 해결을 독려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16일 모스크바를 찾아 푸틴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분수령을 맞은 상황에서 두 정상의 만남에 시선이 쏠린다.

이탈리아 루이지 디 마이오 외교장관도 이날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는 데 이어 16일 러시아를 찾아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회담할 계획이다.

러시아도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닫지는 않았다.

크렘린궁은 15일 "푸틴 대통령이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요구한 안전보장 문제를 놓고 협상을 계속할 준비가 됐다"고 미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15일 "러시아는 서방과 안보 문제에 대해 계속 대화할 것"이라며 "이와 별도로 (2019년 관련 조약이 파기된) 중거리핵미사일 문제도 서방과 기꺼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러시아는 또 푸틴 대통령이 라브로프 장관에게 관련 현안 보고를 받으면서도 '서방과 협상을 계속하자'는 라브로프 장관의 제안에 '좋다'고 대답하는 모습을 국영방송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긴장이 한껏 고조된 분위기에서 '한가닥 희망'으로 읽힐 수 있는 소식이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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