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카티치료제 자체 생산 개시…월말 환자 투약
카티치료제 사용 및 처방 새 길 열어…소아 백혈병 치료 기대
강형진 교수 "환자의 치료 접근성 제고…연내 투여 환자 5명까지 확대"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서울대학교병원이 백혈병 환자를 위한 맞춤형 항암제인 '카티(CAR-T)세포치료제' 치료를 본격화한다. 국내 병원이 카티세포치료제를 자체 생산해 처방·투약까지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전날 입원 중인 소아·청소년 백혈병 환자로부터 채혈을 마치고 이날부터 카티세포치료제 생산을 시작한다. 약 12일간의 세포 배양 등 생산 과정을 거쳐 이달 말께 '개인 맞춤형' 치료제를 투약할 예정이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12월 정부로부터 소아·청소년 급성림프보구백혈병 환자에 카티세포치료제 투여를 시행하는 '고위험 임상연구'를 승인받고 후속 절차를 진행해왔다.
카티세포치료제는 환자의 혈액에 들어있는 면역세포인 T세포를 추출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전자 조작을 거친 뒤 배양해 환자에게 주입하는 '개인 맞춤' 치료제다. 면역세포가 암세포만을 정확하게 표적하면서도 체내 정상세포 손상을 최소화하는 효과를 낸다.
대개 암세포는 체내에서 정상세포인 것처럼 위장해 면역세포를 속이면서 살아남는데, 카티세포치료제는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더 정확히 찾을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의 혈액에서 추출한 면역세포를 활용하기 때문에 오로지 그 환자만을 위한 의약품이기도 하다. 1회 투약만으로 치료 효과를 내 '원샷 치료제'로도 불린다.
국내에서는 스위스에 본사가 있는 노바티스의 '킴리아'가 첫 카티세포치료제로 허가받았으나 회당 5억 원에 달하는 비용 탓에 실제 쓸 수 있는 환자는 많지 않았다.
서울대병원은 국내 병원 중 처음으로 카티세포치료제의 생산과 투여 등 전과정을 도맡아 할 수 있게 되면서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는 환자의 경우 카티세포치료제가 무상으로 제공된다.
특히 킴리아는 환자의 혈액에서 추출한 T세포를 해외로 보내고 배양해 돌아오기까지 평균 3주가 소요됐으나, 서울대병원에서 직접 생산하면서 관련 기간이 평균 12일로 단축됐다.
연구 책임자인 강형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이달 28일이면 자체 생산한 카티세포치료제를 환자에 투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서 병원에서 생산한 카티세포치료제를 국내 소아 백혈병 환자에 무상 공급함으로써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환자에게는 치료 기회를 제공하고, 학계에는 신규 카티세포치료제 개발을 위한 초석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연내 카티세포치료제 투여 환자를 5명까지 늘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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